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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리뷰)<귀멸의 칼날> 성공 요인 – 적절한 3D 요소 -

1. 서론

 

 21세기 일본 애니메이션 사에 큰 획을 그은 애니메이션이 있다고 한다면 그건 필시 <귀멸의 칼날>을 가리키는 말일 것이다. 단순 그들만의 리그에 지나지 않던 심야 애니메이션 세계에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어 모은 것은 물론, 결국 극장판에서는 약 20년간 뒤집히지 않았던 역대 흥행 순위마저 뒤바꿨으니 말이다.

 폭발적인 인기로 주목을 받았던 만화 원작의 TV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은 이제 일본에선 거의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뿐만 아니라 올해 개봉했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이 흥행하면서 우리나라에도 현재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이토록 엄청난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귀멸의 칼날은 기존의 다른 소년 만화, 성인 만화와 이야기적 측면에서 차별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작품 내 악당들인 혈귀와 목숨을 걸고 싸움을 계속하는 귀살대는 이길 수 없는 적을 향해 용맹하게 돌격한다는 점에서 진격의 거인 작품 내의 다른 병단(兵団)들과 유사하다. 설정 자체도 매우 심플하기 때문에 그 세계관을 비교해보더라도,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를 창조해낸 <나루토> 같은 애니메이션에 비해 매우 빈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른 만화들과 비교해서 보았을 때 별다른 특징이 없어 보이는 <귀멸의 칼날>은 다른 애니메이션과는 무엇이 달랐기 때문에 이토록 뛰어난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까.

 

2. 본론

 

- 귀멸의 칼날의 성공에 대해

 

 <귀멸의 칼날>은 작화 면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이며 많은 이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작품 속의 다채로운 색감, 지루하지 않은 캐릭터들의 스킬 묘사는 유독 다른 애니메이션보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큰 즐거움을 느끼게 했다. 덕분에 <귀멸의 칼날>은 퀄리티 면에 있어서 많은 애니메이션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이는 달리 말하면 애니메이션에서 이야기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지만, 시각적인 감각의 만족이 절대적으로 차지하는 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실제로 본 작품의 성공과 흥행에는 원초적인 시각적 감각의 만족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애니메이션판 <귀멸의 칼날>의 제작을 맡은 유포테이블(ufotable)’<귀멸의 칼날>의 연출을 팬들이 만화를 보면서 상상했을 장면들을 충실히, 그리고 더 화려하게 재현하기 위해 제작 과정에서 ‘2D3D의 조화를 채택했다. 작품의 어느 부분을 작화로, 또 어느 부분을 3D로 연출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함으로써 만들어 낸 세밀한 전략이 작품의 매력을 더욱 극대화한 것이다.

 

- 셀룩 기법의 활용

 

 특히나 본 작품에서는 셀룩 기법을 적극 기용해 ‘2D3D의 조화를 이루어냈다. 여기서 '셀룩 기법'이란 말 그대로 3D2D(셀 애니메이션)처럼 보이게 하는 기법을 말한다. 셀룩 기법은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지만, 비교적 오래된 용법으로 영미권에선 이를 카툰 렌더링혹은 툰 셰이딩으로 알려져있다. 예를 들어, 셀룩 기법으로 유명한 애니메이션으로는 <비스타즈> (2019)가 있다. <비스타즈>는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이 공존하는 세계를 다룬 수인물이다. <비스타즈>를 제작한 제작사인 오렌지에서는 시청자의 시점을 의식한 표현력을 추구하며 작품을 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얼굴은 동물의 형상을 띠지만 그 아래에 인간의 몸통을 가진 캐릭터들이 두 발로 걷고 말을 하는 모습은 사람에 따라서 현실에서 동떨어진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본 작품은 놀랍게도 또 불쾌하다거나 하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 실제로 <비스타즈>는 매우 자연스러운 3D CG2D의 조합으로 극히 호평을 받은 바가 있다. 특히나 <비스타즈>에서는 주인공의 표정은 모션 캡쳐를 통해 CG로 더욱 실감나게 표현했다. 디테일한 부분은 2D로 다른 부분은 3D로 그러나 서로 별반 다를 바가 없도록 자연스럽게 연출해 많은 이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 어느 정도 CG를 사용한 점이 티가 나긴 하지만, 전혀 어색함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림 1  <비스타즈> PV 영상 캡처

 

 

 정통적인 방식의 2D 애니메이션이 익숙한 일본에서도 이와 같이 3D CG를 섞은 셀룩 기법을 더욱 빈번하게 사용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있다.

 이처럼 셀룩 기법과 같이 2D로 할 수 없는 부분을 3D가 보완해 주는 경우도 많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막대한 수의 똑같은 사물이 나오는 장면을 그리기 위해서는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3D CG의 경우, 하나씩 그릴 필요 없이 전에 만들어 놓았던 모델을 재사용함으로써 능률적인 작업이 가능하다. 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각도에서 물체가 어떻게 비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참고용 모델도 제작할 수 있다.

 

 

그림 2  작품 내 등장하는 무한성

 

 <귀멸의 칼날>에서도 귀살대 본부나 작중인물인 타마요의 진료소와 같은 건물은 사전에 3D 모델링을 만들어 작업했다. 이렇게 처음부터 손으로 그리기 곤란한 부분은 3D CG 기술의 도움을 받음으로써 시간을 단축하고, 그림마다 작가 고유의 개성은 줄여 통일감은 높일 수 있었다.

 특히 26화에서 작품 내 악역 키부츠지 무잔무한성에서 등장하는 장면은 건축물에 대한 3D의 장점이 가장 잘 드러나 있는 부분이다. 이 장면의 배경은 3D로 이루어져 있으며 실제와 비슷하게 이루어져 있어 그 현장감이 잘 느껴진다. 2D였다면 카메라 워크의 방향에 따라 배경을 일일이 그려야 했겠지만, 배경을 3D로 구축했기 때문에 한 번 공간을 구축했을 때 계속해서 재사용할 수 있었다.

 

- 3D 애니메이션과 불쾌한 골짜기

 

 ‘2D 애니메이션이란 평면의 공간적 특성으로 종이나 셀 등을 이용하여 여러 장의 그림을 그려 연속 촬영하여 제작하는 평면 애니메이션을 말한다.​​¹ 2D 애니메이션의 경우 3D만큼 어색함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인간과 외형이 거의 똑같든 아니든 2D는 일일이 캐릭터의 움직임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3D보다 훨씬 부드럽게 움직임을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높은 퀄리티의 다이나믹한 카메라 워킹, 구현하기 어려운 공간 등을 구축하고 연출하기 위해서는 1초의 영상을 만드는 것에도 몇 백, 몇 천 장의 그림이 필요하다.

 반대로 3D 작화는 컴퓨터 그래픽스 기술을 이용해 제작한다. 3D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로는 초기 비용이 많이 들지만 이를 감당한 후에는 2D 작화에 비해 적은 인원으로 짧은 시간에 제작이 가능하다. 전에 설명했듯이 참고 모델을 제작하거나 하는 등의 활동도 충분히 가능하다. <귀멸의 칼날>에서는 이를 적절히 2D와 섞어 사용함으로써 보다 더 경제적으로 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연출의 완성도 높은 애니메이션을 완성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까지 읽은 글을 본다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기게 된다. 그렇다면 어째서 일본에서는 CG 위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지 않고 단지 부수적으로만 사용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CG를 아무리 잘 만들었어도 그 본질은 3D이기 때문에 2D로 이루어진 애니메이션에서 괴리감을 불러일으킨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3D 애니메이션은 자칫 잘못하면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에 빠지고 만다는 치명적이고 본질적인 약점이 있다. 여기서 불쾌한 골짜기란 인간이 아닌 존재를 볼 때, 그것이 인간과 더 많이 닮을수록 호감도가 높아지지만, 그것이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오히려 불쾌감을 느낀다는 이론이다. 쉽게 말해, 외양은 사람과 똑같지만, 어느 부분에서 사람과 다른 존재라는 것이 느껴졌을 때 인간은 불쾌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20216월에 개봉한 지브리 애니메이션 <아야와 마녀>는 어색한 3D로 만들어진 탓에 많은 관객들에게 거부감 섞인 평가를 받았다. 그런 이유에서 3D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는 데포르메²가 심하게 들어가게 된다. 우리가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디즈니의 캐릭터들을 생각해보자. 그들을 보았을 때 우리는 완전하게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캐릭터들은 실제 인간보다 훨씬 큰 눈을 가지고 있으며 체형도 일반적인 사람과는 다르다.

 반대로 데포르메가 거의 들어가지 않게 된다면 인간과 유사해야 한다. 작품을 보는 시청자들이 불쾌감을 느끼지 않도록 더욱 정교하게 캐릭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오히려 3D 애니메이션 특유의 어설픔이 재미를 올려주는 포인트가 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런 경우는 흔치 않다.

 심지어 우리에게는 이 두 종류 중 2D 애니메이션이 더 친근한 경향이 있어 2D3D CG를 넣은 작품을 보게 되면 캐릭터의 움직임이 어색해 보이기 쉽다. CG가 작업 전반에 편의성을 더하고 효율적으로 좋은 작품을 구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주가 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3D를 주로 사용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같은 예외가 존재한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 그러나 디즈니의 경우 2D에서 3D로 전환하며 캐릭터 디자인에 많은 변화를 주기도 하였고, 그 전에 이미 3D 애니메이션 제작에 쏟은 장기간의 노력이 존재한다. 디즈니는 수작업에 한계를 느낀 이후 관련 제작 기술의 개발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적극적으로 발전시키며 그 누구보다 발빠르게 3D 도입을 시도하였다. 따라서 캐릭터의 자연스러운 모션을 위해 들일 수 있는 시간과 자본이 여타 3D 애니메이션과 다르게 충분히 주어졌다는 차이점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본 작품, <귀멸의 칼날>에서의 3D3D임을 인지할 수 있고, 또 작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나 혐오스럽고 또 메스꺼운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이는 본 작품에서 CG를 적재적소에 자연스럽게 활용한 것이 주된 이유이겠지만, CG의 본질적인 약점을 역으로 활용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림 3  <귀멸의 칼날> 9화 색실공

 

 약점을 역으로 활용한 예시로서 <귀멸의 칼날> 9색실공 혈귀와 화살표 혈귀13목숨보다 소중한 것을 살펴보면 3D CG의 역동성이 잘 드러나 있다. 귀멸의 칼날은 전반적으로 눈을 즐겁게 하는 액션이 인기의 요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데 9화에서는 색실공 혈귀의 공을 3D로 구현하면서 집 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공을 효과적으로 표현해냈다. 2D로 표현하려고 했다면 여러 장을 그렸어야 했을 색실공을 3D로 표현하면서 그 역동성을 확보했고, 캐릭터의 전반적인 모습은 2D로 표현하면서 시청자들에게 불쾌함을 주는 것은 피했다.

 위 장면을 보면 색실공과 더불어 주인공 탄지로까지 3D로 구현된 것을 볼 수 있다. 인물의 얼굴을 비출 필요가 없고, 빠르고 역동적인 카메라 워킹이 필요한 장면에서는 과감하게 3D를 사용했다. 순식간에 지나가는 장면이기 때문에 시청자는 불쾌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림 4 특별한 장구를 사용하는 혈귀 쿄우가이

 

 특히나 13화에서는 특별한 힘이 담긴 장구를 사용하는 혈귀가 등장하게 된다. 이 혈귀의 기술은 자신이 있는 공간을 장구로 뒤트는 것인데, 이를 연출하기 위해서는 공간을 계속해서 변화시키는 것이 필연적이다. 만약 이를 2D로 구현해야 했다면 수천 장의 그림을 그려야 했을 테지만, 이 장면에서도 3D를 사용하면서 시간을 절약하고 화려한 액션을 선보일 수 있었다.

 

- 불쾌한 골짜기와 소격 효과

 

 이야기에 앞서 최근 CG가 경제적인 이유에서, 또 작업 전반의 편의적인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귀멸의 칼날>에서도 그러했고, 다른 작품에서도 그러했다. 그러나 전술했듯이 CG불쾌한 골짜기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때문에 CG 때문에 발생하는 불쾌감을 극복하는 것은 모든 3D CG를 사용한 작품의 과제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제에 직면한 <귀멸의 칼날>CG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3D CG를 연출에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먼저 그 예시로 17화에서 등장했던 거미 형이라는 캐릭터를 살펴보자. ‘거미 형의 얼굴은 작화로 제작된 반면, 몸통은 3D CG로 만들어졌다. 이는 온몸에 나 있는 무수한 털의 표현을 위해, 그리고 이에 따른 비인간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 선택된 방식이다. 여기서는 오히려 CG가 주는 불쾌감을 역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시청자들이 혈귀 캐릭터에 혐오감이나 불쾌감을 느끼게끔 일부러 3D CG로 몸통을 표현한 것이다. 앞에서 사례로 들은 무한성의 경우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은데 이질적인 공간이라는 것을 각인시켜 불쾌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 CG를 사용했을 가능성도 높다.

 불쾌한 골짜기라는 단어를 분석해보자면, 먼저 영어 철자는 ’uncanny valley’로 여기서 ‘uncanny‘ 라는 단어는 불쾌하다는 뜻도 되지만 또 신비하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대체로 형용할 수 없는 것을 일컫는 단어인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는 환상성 (fantasy)에 대해서 이렇게 정의했다. ’Das Unheimlich’. 독일어로 기이한이란 뜻을 가진 어구이다. 프로이트는 이 어구를 통해 환상성이란 개념은 두려움, 그리고 불안한 친밀감인 소위 말하는 기이하고 불편한 감정과 닮아있다고 주장했다. 위 점에서 유추할 수 있듯 불쾌함과 신비함이라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예를 들자면 앞에서 설명한 <비스타즈>에서는 수인이 등장하기에, 보는 사람에 따라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비스타즈>에서는 그와 동시에 다른 작품과는 차별되는 신비로운 분위기 또한 감지할 수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3D 모델링으로 제작되었는데 이를 통해 동물 인간이라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표현함으로써 더욱 효과적으로 신비로움을 자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본 작품에서는 귀살대의 소식통 역할을 하는 꺾쇠 까마귀’, 그리고 또 작품 속에서 많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하가네즈카의 삿갓에 달려 흔들거리는 풍경(風鈴) 등 신비한 분위기를 내는 사물이나 인물에 3D CG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특히나 이러한 눈부신 연출은 <귀멸의 칼날> 작품의 정체성 형성에 큰 역할을 차지한 전집중 호흡에서 잘 보인다. 먼저 전집중 호흡이란 귀살대의 고유한 호흡법으로, 이를 통한 검술로 혈귀를 퇴치할 수 있다. 혈귀를 퇴치할 수 있는 신비한 검술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겠지만 이는 신비스러운 기술이며, 또 인간과 상식의 영역을 벗어나 있다. <귀멸의 칼날>에서는 검에서 흐르는 물과 불, 그리고 번개 등등 질감이 다른 초자연적인 형식을 표현하기 위해서 또 시청자로 하여금 신비스러운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3D CG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다행이게도, 그 결과, 더 화려하고 극적인 연출이 가능해졌고 이는 시각적 감각의 충족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사실 이제까지 적은 것들은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주창한 소격효과라는 개념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브레히트는 감정에 대한 이입을 통한 극 감상은 관객의 비판적인 정신을 없애고 극에 감도는 이데올로기에 감화되는 결과만 낳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브레히트에 따르면 관객들이 연극 작품에 감정 이입하며 빠져든다면 관객들은 비판적인 정신을 잃고 자신도 모르게 작품 속 이데올로기에 동조하게 된다. 다시 말해 관객은 극의 내용이나 배우의 연기에 몰입되지 않아야만 비로소 비판적으로 예술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말이 어렵지만 쉽게 말하자면, 일부러 관객이나 시청자들의 몰입을 저해함으로써 세계관의 상황,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보다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브레히트는 일부러 관객들이 작품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해 관객이 스스로 작품의 주제를 주체적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프로이트는 마음속에 형성된 친숙한 것이 일종의 억압의 과정을 통해서 우리의 마음으로부터 소외되고,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마주할 때 기이한 감정인 환상성(fantasy)을 느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위 주장들에서 미루어봤을 때 극이나 이야기에 있어 몰입을 저해하는 것은 이야기의 주된 논점을 상대방에게 효과적으로 납득 시킬 수 있으며 그뿐만 아니라 아이러니하게도 관객이나 시청자를 제작자만의 판타지, 이데올로기를 제외한 세계관 - (이후 세계관은 작가 본인의 사상을 제외한 작품 내부의 상황을 통칭함)으로 효율적으로 인도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영화 <아네트> (레오스 카락스, 2021)에서는 영화의 시작 전에 영화에 온전히 집중해 달라. 노래하고, 웃고, 박수치고, 우는 일은 머릿속으로만 생각하고, 쇼가 벌어지는 동안 숨도 쉬지 말라며 이야기하거나, ”그러면 우리 이제 시작해볼까요? (so, may we start?)“라고 관객들에게 말을 걸어 이 소격효과를 성립시켰다. 그 결과, <아네트>는 영화 속 내용이 단순한 극 속의 극일뿐이라는 인식을 관객들이 갖도록 만들고, 경우에 따라선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하며 결론적으론 영화를 보다 영화답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었다.

 

 

그림 5  1화 중 CG 배경과 대비되는 2D 주인공 일행

 

 

 그리고 본 작품, <귀멸의 칼날>의 경우는 CG를 사용해 이를 성립시켰다. 본 작품에서 대부분 배경은 CG로 인물은 2D로 작업됐다. 이는 2D로 되어 있는 인물을 홀로 다른 공간에 둔 것과 같은 이질적인 느낌을 주는데 이는 소격효과를 의도한 연출이라고 할 수 있다. 장면적 예시로는 1화에서 추운 겨울, 동생 네즈코가 혈귀가 되어 버린 후 주인공 탄지로를 해하려 하는 장면을 예시로 들 수 있다. 추운 겨울과 혈귀가 되어 본인을 죽이기 직전이라는 사실은 작품 내 인물에게 무척이나 가혹한 현실이며 여기에서 귀멸의 칼날의 세계관이 그대로 투영된다.

 그림 51화 중 한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주인공 일행을 제외한 모든 배경 및 효과는 CG로 작업 되었다. 전술했듯 CG2D는 대부분의 경우에서 어울리기 힘들다는 점을 인식하면, 위 장면은 자칫하면 배경과 주인공을 동떨어져 보이게 할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마치 방증이라도 하듯 위 장면에서 주인공들은 약간의 입체감을 가졌을 뿐 거의 평면으로 처리되었기에 입체감으로 넘쳐흐르는 배경에 잘 섞여들지 못하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따라서 위 장면은 일종의 소격효과를 유도한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여기서 CG는 등장인물과 배경을 서로 동떨어지게 하는 느낌을 줌으로써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하는 데 일조한다. 이에 작품에 스며드는 이데올로기와 같은 것들은 자연스레 떨어져 나가게 되고, 주인공이 사는 가혹한 세계관과 혈귀들에 맞서 싸워야 함이나 혹은 죽어야만 하는 것이 강제되는 작품 내 등장인물들의 운명만이 메시지로써 시청자들에게 각인되는 것이다. 이에 작가, 나아가서는 감독의 판타지로 시청자들을 인도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림 5는 불쾌한 골짜기 효과, 소격효과를 유도해 주인공이 직면한 현실을 더 잔혹하게 강조한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귀멸의 칼날>에서 CG는 작화 내에서 화려하고 다이나믹한 액션에 일조할 뿐만 아니라, 연출 면에서 시청자들에게 세계관의 현실로 더욱 효율적으로 인도할 수 있다.

 

3. 결론

 

 이처럼 <귀멸의 칼날>은 원작의 감동과 연출을 멋들어지게 살릴 수 있도록 궁리함과 동시에 따라오는 3D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연출 면에서 부단히 노력한 완성도 높은 수작이다. 본 작품은 단순히 자본이나 편의만을 위해서 CG를 넣은 것이 아니라 애니메이션의 표현력을 높이기 위해 CG를 의도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귀멸의 칼날>에서는 CG에서 오는 단점인 불쾌한 골짜기를 해소하기 위해 끊임없이 궁리했다. CG에서 오는 어색함은 자칫하면 애니메이션 본연의 재미를 저해하고 시청자의 유입을 방해하는 일종의 벽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다분하다. <귀멸의 칼날>에서는 이런 CG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역으로 CG를 어색하게 보이는 방법을 사용했는데 그것이 바로 소격효과이다. <귀멸의 칼날>은 소격효과를 통해서 작품이 가진 메시지를 시청자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작가와 감독의 판타지로 시청자를 인도하는 것도 가능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CG가 작화의 보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었고 작품의 디테일도 살리는 역할도 담당할 수 있었다.

 애니메이션이 나온 후에 원작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 만큼 <귀멸의 칼날> 애니메이션판의 파급력은 대단했다. 본 작품의 대대적인 성공에는 오직 2D만을 고집하는 가치관에서 벗어난 새로운 접근과 부단한 노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또 최근에는 3D를 활용한 액션 연출의 강도가 높은 애니메이션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이는 업계의 트렌드 자체가 기존과는 다른 방향성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특히 2D 애니메이션과 3D 애니메이션의 제작 방식에는 각각 장단점이 존재하는데 이를 융합함으로써 생겨나는 독특한 감각과 효율은 <귀멸의 칼날>을 통해 증명되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오랜 시간 동안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주를 이루던 것은 2D이기 때문에 3D 애니메이션으로의 발 빠른 전환은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컴퓨터 그래픽스 기술도 계속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2D3D의 한계점을 연구하고, 그 경계를 허물며 나아간다면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개념의 애니메이션이 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다른 제작사들 또한 본 작품과 같은 과감한 시도를 했으면 하는 바이다. 계속해서 변화가 생긴다는 것은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업계의 입장에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니 말이다.

 

 

1) 박세영, 2D 애니메이션작품에서 활용되고 있는 3D 컴퓨터 그래픽스 기술경향 분석 : 일본 장편 애니메이션 중심으로, 만화애니메이션 연구, 통권 제10(2006), p.123

 

2) 어떤 대상의 형태가 달라지는 일, 또는 달라지게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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