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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컬처 속 서브컬처- 『튀어올라라! 잉어킹(はねろ!コイキング)』 리뷰(Review)

김견강2019.11.23

 

 『포켓몬스터』 시리즈에서 별볼일 없는 포켓몬으로 취급 받는 잉어킹(コイキング)이지만, 이런 잉어킹이 어엿한 주인공으로 활약한다면? 과연 돋보이지 않던 비주류 캐릭터의 주인공화는 어떠한 의의를 가질까.

 

#포켓몬스터 #잉어킹 #주인공이된비주류 #새로운서브컬처


 

 


- 기존 『포켓몬스터』 시리즈에 대한 아쉬움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시작하자면 필자는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게임을 좋아한다. 늘 곁에 있는 존재와 힘을 합쳐 새로운 곳을 모험한다는 것에 대한 환상이 컸기에, 이러한 꿈을 간접적으로나마 이루게 해주는 이 게임에 대해 커다란 호감을 느꼈다. 이렇게 필자 본인에게 최고의 게임으로 남아있는 『포켓몬스터』 이지만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본 시리즈의 게임 진행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1. 주인공이 박사에게서 동반자 ‘포켓몬’을 받아 포켓몬 마스터가 되기 위한 여행을 시작한다.
2. 여러 마을을 다니며 수많은 트레이너(주인공처럼, 포켓몬을 성장시키는 사람; 게임 내에서는 주로 NPC의 형태로 등장)와 배틀을 하고 이를 통해 포켓몬을 강하게 한다.
3. 강해진 포켓몬과 함께 ‘체육관’이라고 하는 일종의 레이드를 클리어하며 징표를 모은다.
4. 최종적으로 지역의 챔피언을 이기고 최고의 포켓몬 트레이너가 된다.

 

  게임의 진행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아쉬운 점은 이러한 진행이 시리즈를 거듭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포켓몬의 종류나 각 시리즈만의 독특한 콘텐츠 등 독창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결국 똑같은 스토리와 주인공의 표상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알 수 있다. 이에 기존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캐릭터를 유지하지만 조금 독특한 진행을 가지는 새로운 작품을 원하게 되었다. 다음에 언급할 게임이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 게임 소개

 

“세상에서 제일 약하다고 불리는 포켓몬, 잉어킹.
도움도 안 되고 한심하다… 하지만, 「튀어오르기」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이런 잉어킹을 매우 사랑하고, 소중하게 키우고 있는 마을이 있었다.
그것이 이야기의 무대 「홉타운」.
이 마을에서는 잉어킹의 「튀는 힘」을 겨루는 리그에서 매일 잉어킹들이 승부를 하고 있다.
하지만 마을의 잉어킹들은 최근 기운이 없는 것 같다….
당신의 힘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이 튀어오르는 잉어킹을 육성하라!”

 

  『튀어올라라! 잉어킹(はねろ!コイキング)』 은 일본의 SELECT BUTTON에서 개발하고 포켓몬 코리아에서 유통하는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공식 외전 게임이다. 스마트폰용(Android, IOS)으로 출시되었으며 출시일자는 한국 기준 2017년 5월 24일이다(일본 출시는 이보다 하루 빠른 2017년 5월 23일). 기존 포켓몬스터의 틀을 유지하면서 주인공 포켓몬 ‘잉어킹’을 직접 육성하고 ‘튀어오르기’를 활용해 과제를 달성해나가는 간단한 게임 방식을 토대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실제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 스토어의 평가도 ‘킬링타임용 게임으로 간단히 즐기기 좋았다’, ‘잉어킹을 주로 육성한다는 점이 좋았다’, ‘잉어킹이 귀엽다’, ‘특별한 현질 유도가 느껴지지 않는다’ 등 대체로 긍정적인 편이다. 다만 ‘리그를 모두 클리어한 뒤에 즐길 거리가 부족하다’, ‘갑작스러운 깜짝 이벤트(필자 주: '이벤트'란 게임 내에서 주인공 잉어킹이 특정한 조건을 만족시킬 때, 아이템 보상을 얻거나 주인공이 '은퇴(주어진 리그 경기를 모두 제패하거나 리그 중간에 NPC에게 패배하는 경우에, 혹은 게임 진행 중 주인공의 천적인 '피죤'을 만나 잡혀가며, 키우던 잉어킹 육성이 강제로 종료되는 현상)'하는 등 잉어킹에게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을 말한다.) 가 부담스럽다’, ‘자잘한 버그가 존재한다’ 등 콘텐츠 및 게임 운영 등에 있어서의 불만도 약간 존재한다. 이 중 콘텐츠 부족은 필자 역시도 엔딩까지 클리어한 뒤 느낀 점이라 더욱 공감하는 바이다. 그래도 플레이스토어 다운로드 수가 1000만을 돌파했으며 2019년 7월 10일에도 업데이트 및 마이너 패치를 진행하는 등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이다.

 

(아래는 실제 게임을 플레이한 유저들 사이에서 알려진 버그의 일부를 정리한 내용)

  • 살아남아라! 개복치처럼 시간 버그가 있어 특훈은 물론 절친 포켓몬들의 스킬까지 채울 수 있으나, 잘못 사용하면 사용한 시간만큼 기다려야하는 불상사가 가능
  • 보너스 코인볼을 두개 이상 동시 터치했을때 적용이 되지 않다가 다음 보너스 코인 획득시 합산
  • 은퇴 이벤트인 36번 이벤트(필자 주: 여기서 36번 이벤트(일명 '튀어오른 순간...(はねたところを…)')는 게임 내 홈 화면에서 잉어킹을 수조 밖으로 수십번 이상 튀어오르게 하는 경우 '딱 한 번(두 번 이상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키우던 잉어킹이 천적 '피죤'에게 잡혀가 다시는 보지 못하게 되는 사건을 일컫는다. ; 다음을 참고하여 정리함, https://pokemongo.gamewith.jp/article/show/57714)가 계속 발생 
  • 최대 레벨 도달 후, 일반 리그에서 패배했을때 랜덤 이벤트가 발동하면 가끔 은퇴하지 않고 이어서 계속
  • 마나피(필자 주: 게임 내에서 주인공 잉어킹을 서포트하는 역할을 맡는 '절친'의 일종, 절친은 게임 내 '절친굿즈' 아이템을 구매하여 획득 가능) 터치 직후 보물 개봉 시 게임 중지
  • 공유하기 시도 시 게임 중지
  • 게임 중 다른 앱 화면으로 이동 시 게임 중지
  • 새로운 잉어킹을 낚을 때 게임 중지
  • 절친 스킬 사용시 게임 중지, 재시작 시 해당 절친의 쿨은 돌지만 스킬 효과는 못받고 날아감

 

(출처: https://twitter.com/JoeMerrick/status/871670461456949248 의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

 

  비록 외전이지만, 게임의 서사적 진행은 기존 시리즈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주인공이 포켓몬을 받아 경쟁자들을 차례로 물리치고 증표를 모아, 최종적으로 챔피언에 도전하는 구도는 비슷하게 유지하고 있다. 다만 앞서 언급했다시피 주인공이 비주류 잉어킹이라는 점과, 트레이너(NPC)와의 전투 혹은 야생 몬스터 사냥을 통해 포켓몬을 성장시키는 기존 방식과는 달리 어항 속의 먹이를 먹이거나 잉어킹을 훈련시키는 방식으로 강해진다는 점에서 차이를 두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마치 물고기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 같았으며 이전에 플레이한 게임 중 『살아남아라! 개복치』와 유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알아보니 두 게임의 개발사는 모두 ‘SELECT BUTTON’으로 동일하다고 한다). 다시 말해, 기존의 시리즈가 여러 지역을 발로 뛰며 모험하고 성장하는 활동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면 『튀어올라라! 잉어킹』은 어항이라는 특정 공간 내에서 성장하여 목표를 이루는 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무엇보다도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주인공이 ‘잉어킹’이라는 점이다. 포켓몬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잉어킹이 그리 좋은 대접을 받는 존재는 아니다. 실제 게임 내에서도 전투력에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 튀어오르기 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며 유저들 사이에서도 외면 받는 캐릭터이다. 물론 진화형태인 ‘갸라도스’로 변한 후에는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을 강함을 보여주지만, 그 이전의 육성과정이 힘겹기에 필자 본인도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던 기억이 난다. 이러한 잉어킹이 주인공으로서 전투력을 발휘하며 활약한다는 점에 있어서 인상적으로 느껴진다.

 

 

- 『튀어올라라! 잉어킹』은 주로 터치스크린을 지니고 있는 스마트폰 기기의 특성에 맞춰, 단순 터치 방식으로 조작하도록 하는 게임이다.
또한 터치를 활용해 거의 자동으로 전투를 진행할 수 있다(위 사진의 '튀어올라라!' 버튼 등 전투 시작 명령 정도만 수동으로 내려주면 나머지는 대개 자동으로 진행된다는 특징이 있다)는 장점 또한 보여주고 있다.
이는 닌텐도와 같은 휴대용 게임기를 기반으로 하며, 전투를 대부분 수동으로 조작하는 기존 『포켓몬스터』 시리즈와의 가장 큰 차별점이다.
(이미지 출처: 필자 본인이 직접 플레이한 장면)  

 

 

- 게임의 숨은 매력 : ‘서브컬처 속 서브컬처’

  그렇다면 이러한 게임의 매력은 어디에 있을까? 필자는 ‘서브컬처 속 서브컬처’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 무슨 말일지 의아해 할지도 모르겠다. 필자는 비주류가 게임의 주축으로 활약하는 모습에서 본 키워드를 떠올렸다.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각종 미디어믹스를 떠올려보자. 애니메이션과 코믹스 등에서 절대적으로 돋보이는 캐릭터는 트레이너 ‘사토시 (サトシ번역명 한지우)’와 그의 파트너 포켓몬 ‘피카츄’이다. 게임의 경우도 각 시리즈 별로 주역으로 내세우는 포켓몬과 유저 캐릭터가 존재한다. 이 외에도 각 시리즈에서 강하거나 비주얼이 뛰어난 포켓몬의 경우 주인공 못지않은 주목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잉어킹의 경우는 그렇지 못했다. 외모가 화려하지도 못하며 그렇다고 강하지도 않다. 조그맣고 뚱뚱한 몸을 파닥거리며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튀어오르기 기술을 시전하는 모습을 좋아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물론 이러한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확실히 게임을 이끌어가는 주류 캐릭터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튀어올라라! 잉어킹’에서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천대받던 잉어킹이 주인공으로서 당당히 목표를 향해 활약하는 모습을 보인다. 기존 시리즈에서 전투에 도움이 되지 못하던 튀어오르기는 오히려 잉어킹이 게임을 진행해가는 데에 커다란 무기가 되어준다. 최소한 이 게임 내에서 잉어킹은 어느 누구보다도 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닌텐도 사의 『동키콩(1981)』의 경우와 비슷하다.

  이 게임은 공주를 납치한 캐릭터 ‘동키콩’을 메인으로 내세우지만, 이보다 더 돋보이는 캐릭터는 납치된 공주를 구하러 떠나는 ‘마리오’이다. 마리오는 평범한 이탈리아 배관공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작은 키에 멜빵바지, 아무렇게 자란 콧수염 등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수려한 외모와는 거리가 멀다. 처음 게임을 개발하고 나서 회사 내에서도 마리오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더 많았다고 하니 말이다. 하지만 마리오는 공주를 구한다는 『동키콩』의 스토리의 중심으로 활약한다는 점 그리고 마리오만의 간결한 액션을 통한 매력을 발산하며, 현재는 당당히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마리오와 소닉』, 『슈퍼 마리오 오딧세이』 등 굵직한 시리즈에서 주역을 맡는 캐릭터로 성장했다. 마리오와 잉어킹은, 비록 별 볼일 없는 외모와 뚜렷한 특징 없는 비주류 캐릭터이지만, 자신만의 다른 매력을 장점으로 승화시켜 주인공으로 활약하게 되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또한 서브컬처 속 비주류가 주역으로서 새로운 스토리와 문화를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서브컬처 속 서브컬처’로 칭할 수 있는 것이다.


- ‘서브컬처 속 서브컬처’와 서브컬처의 발전에 대하여

  그렇다면 ‘서브컬처 속 서브컬처’는 이후 서브컬처의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고 생각한다. 앞에서 언급했던 기존 포켓몬스터의 게임 방식을 다시 보자.

 

“유저 캐릭터와 파트너 포켓몬이 여러 트레이너와의 배틀을 통해 함께 성장한다. 성장을 바탕으로 체육관에 도전하여 증표를 모으고, 최종적으로 모험 지역의 최고 트레이너가 된다.”

 

  포켓몬스터는 이러한 기본적이면서도 흥미로운 틀을 유지하며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장기간 지속되는 똑같은 주인공 캐릭터의 표상은 식상하다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기존의 시리즈와는 다르게 비주류 포켓몬인 잉어킹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독창적인 게임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튀어올라라! 잉어킹』에 높은 평가를 내리고 싶다. 또한 이를 대표로 하는 ‘서브컬처 속 서브컬처’ 양식 즉 게임이라는 서브컬처 속에서 비주류가 중심이 되어 만드는 새로운 서브컬처는, 기존 서브컬처의 예측 가능한 이야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커다란 이야기’로 탄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서브컬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 견 강 (v.tang320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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