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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리뷰)<귀멸의 칼날> 성공 요인 – 적절한 3D 요소 -

1. 서론

 

 21세기 일본 애니메이션 사에 큰 획을 그은 애니메이션이 있다고 한다면 그건 필시 <귀멸의 칼날>을 가리키는 말일 것이다. 단순 그들만의 리그에 지나지 않던 심야 애니메이션 세계에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어 모은 것은 물론, 결국 극장판에서는 약 20년간 뒤집히지 않았던 역대 흥행 순위마저 뒤바꿨으니 말이다.

 폭발적인 인기로 주목을 받았던 만화 원작의 TV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은 이제 일본에선 거의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뿐만 아니라 올해 개봉했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이 흥행하면서 우리나라에도 현재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이토록 엄청난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귀멸의 칼날은 기존의 다른 소년 만화, 성인 만화와 이야기적 측면에서 차별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작품 내 악당들인 혈귀와 목숨을 걸고 싸움을 계속하는 귀살대는 이길 수 없는 적을 향해 용맹하게 돌격한다는 점에서 진격의 거인 작품 내의 다른 병단(兵団)들과 유사하다. 설정 자체도 매우 심플하기 때문에 그 세계관을 비교해보더라도,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를 창조해낸 <나루토> 같은 애니메이션에 비해 매우 빈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른 만화들과 비교해서 보았을 때 별다른 특징이 없어 보이는 <귀멸의 칼날>은 다른 애니메이션과는 무엇이 달랐기 때문에 이토록 뛰어난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까.

 

2. 본론

 

- 귀멸의 칼날의 성공에 대해

 

 <귀멸의 칼날>은 작화 면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이며 많은 이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작품 속의 다채로운 색감, 지루하지 않은 캐릭터들의 스킬 묘사는 유독 다른 애니메이션보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큰 즐거움을 느끼게 했다. 덕분에 <귀멸의 칼날>은 퀄리티 면에 있어서 많은 애니메이션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이는 달리 말하면 애니메이션에서 이야기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지만, 시각적인 감각의 만족이 절대적으로 차지하는 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실제로 본 작품의 성공과 흥행에는 원초적인 시각적 감각의 만족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애니메이션판 <귀멸의 칼날>의 제작을 맡은 유포테이블(ufotable)’<귀멸의 칼날>의 연출을 팬들이 만화를 보면서 상상했을 장면들을 충실히, 그리고 더 화려하게 재현하기 위해 제작 과정에서 ‘2D3D의 조화를 채택했다. 작품의 어느 부분을 작화로, 또 어느 부분을 3D로 연출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함으로써 만들어 낸 세밀한 전략이 작품의 매력을 더욱 극대화한 것이다.

 

- 셀룩 기법의 활용

 

 특히나 본 작품에서는 셀룩 기법을 적극 기용해 ‘2D3D의 조화를 이루어냈다. 여기서 '셀룩 기법'이란 말 그대로 3D2D(셀 애니메이션)처럼 보이게 하는 기법을 말한다. 셀룩 기법은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지만, 비교적 오래된 용법으로 영미권에선 이를 카툰 렌더링혹은 툰 셰이딩으로 알려져있다. 예를 들어, 셀룩 기법으로 유명한 애니메이션으로는 <비스타즈> (2019)가 있다. <비스타즈>는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이 공존하는 세계를 다룬 수인물이다. <비스타즈>를 제작한 제작사인 오렌지에서는 시청자의 시점을 의식한 표현력을 추구하며 작품을 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얼굴은 동물의 형상을 띠지만 그 아래에 인간의 몸통을 가진 캐릭터들이 두 발로 걷고 말을 하는 모습은 사람에 따라서 현실에서 동떨어진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본 작품은 놀랍게도 또 불쾌하다거나 하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 실제로 <비스타즈>는 매우 자연스러운 3D CG2D의 조합으로 극히 호평을 받은 바가 있다. 특히나 <비스타즈>에서는 주인공의 표정은 모션 캡쳐를 통해 CG로 더욱 실감나게 표현했다. 디테일한 부분은 2D로 다른 부분은 3D로 그러나 서로 별반 다를 바가 없도록 자연스럽게 연출해 많은 이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 어느 정도 CG를 사용한 점이 티가 나긴 하지만, 전혀 어색함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림 1  <비스타즈> PV 영상 캡처

 

 

 정통적인 방식의 2D 애니메이션이 익숙한 일본에서도 이와 같이 3D CG를 섞은 셀룩 기법을 더욱 빈번하게 사용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있다.

 이처럼 셀룩 기법과 같이 2D로 할 수 없는 부분을 3D가 보완해 주는 경우도 많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막대한 수의 똑같은 사물이 나오는 장면을 그리기 위해서는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3D CG의 경우, 하나씩 그릴 필요 없이 전에 만들어 놓았던 모델을 재사용함으로써 능률적인 작업이 가능하다. 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각도에서 물체가 어떻게 비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참고용 모델도 제작할 수 있다.

 

 

그림 2  작품 내 등장하는 무한성

 

 <귀멸의 칼날>에서도 귀살대 본부나 작중인물인 타마요의 진료소와 같은 건물은 사전에 3D 모델링을 만들어 작업했다. 이렇게 처음부터 손으로 그리기 곤란한 부분은 3D CG 기술의 도움을 받음으로써 시간을 단축하고, 그림마다 작가 고유의 개성은 줄여 통일감은 높일 수 있었다.

 특히 26화에서 작품 내 악역 키부츠지 무잔무한성에서 등장하는 장면은 건축물에 대한 3D의 장점이 가장 잘 드러나 있는 부분이다. 이 장면의 배경은 3D로 이루어져 있으며 실제와 비슷하게 이루어져 있어 그 현장감이 잘 느껴진다. 2D였다면 카메라 워크의 방향에 따라 배경을 일일이 그려야 했겠지만, 배경을 3D로 구축했기 때문에 한 번 공간을 구축했을 때 계속해서 재사용할 수 있었다.

 

- 3D 애니메이션과 불쾌한 골짜기

 

 ‘2D 애니메이션이란 평면의 공간적 특성으로 종이나 셀 등을 이용하여 여러 장의 그림을 그려 연속 촬영하여 제작하는 평면 애니메이션을 말한다.​​¹ 2D 애니메이션의 경우 3D만큼 어색함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인간과 외형이 거의 똑같든 아니든 2D는 일일이 캐릭터의 움직임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3D보다 훨씬 부드럽게 움직임을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높은 퀄리티의 다이나믹한 카메라 워킹, 구현하기 어려운 공간 등을 구축하고 연출하기 위해서는 1초의 영상을 만드는 것에도 몇 백, 몇 천 장의 그림이 필요하다.

 반대로 3D 작화는 컴퓨터 그래픽스 기술을 이용해 제작한다. 3D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로는 초기 비용이 많이 들지만 이를 감당한 후에는 2D 작화에 비해 적은 인원으로 짧은 시간에 제작이 가능하다. 전에 설명했듯이 참고 모델을 제작하거나 하는 등의 활동도 충분히 가능하다. <귀멸의 칼날>에서는 이를 적절히 2D와 섞어 사용함으로써 보다 더 경제적으로 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연출의 완성도 높은 애니메이션을 완성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까지 읽은 글을 본다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기게 된다. 그렇다면 어째서 일본에서는 CG 위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지 않고 단지 부수적으로만 사용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CG를 아무리 잘 만들었어도 그 본질은 3D이기 때문에 2D로 이루어진 애니메이션에서 괴리감을 불러일으킨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3D 애니메이션은 자칫 잘못하면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에 빠지고 만다는 치명적이고 본질적인 약점이 있다. 여기서 불쾌한 골짜기란 인간이 아닌 존재를 볼 때, 그것이 인간과 더 많이 닮을수록 호감도가 높아지지만, 그것이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오히려 불쾌감을 느낀다는 이론이다. 쉽게 말해, 외양은 사람과 똑같지만, 어느 부분에서 사람과 다른 존재라는 것이 느껴졌을 때 인간은 불쾌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20216월에 개봉한 지브리 애니메이션 <아야와 마녀>는 어색한 3D로 만들어진 탓에 많은 관객들에게 거부감 섞인 평가를 받았다. 그런 이유에서 3D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는 데포르메²가 심하게 들어가게 된다. 우리가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디즈니의 캐릭터들을 생각해보자. 그들을 보았을 때 우리는 완전하게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캐릭터들은 실제 인간보다 훨씬 큰 눈을 가지고 있으며 체형도 일반적인 사람과는 다르다.

 반대로 데포르메가 거의 들어가지 않게 된다면 인간과 유사해야 한다. 작품을 보는 시청자들이 불쾌감을 느끼지 않도록 더욱 정교하게 캐릭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오히려 3D 애니메이션 특유의 어설픔이 재미를 올려주는 포인트가 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런 경우는 흔치 않다.

 심지어 우리에게는 이 두 종류 중 2D 애니메이션이 더 친근한 경향이 있어 2D3D CG를 넣은 작품을 보게 되면 캐릭터의 움직임이 어색해 보이기 쉽다. CG가 작업 전반에 편의성을 더하고 효율적으로 좋은 작품을 구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주가 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3D를 주로 사용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같은 예외가 존재한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 그러나 디즈니의 경우 2D에서 3D로 전환하며 캐릭터 디자인에 많은 변화를 주기도 하였고, 그 전에 이미 3D 애니메이션 제작에 쏟은 장기간의 노력이 존재한다. 디즈니는 수작업에 한계를 느낀 이후 관련 제작 기술의 개발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적극적으로 발전시키며 그 누구보다 발빠르게 3D 도입을 시도하였다. 따라서 캐릭터의 자연스러운 모션을 위해 들일 수 있는 시간과 자본이 여타 3D 애니메이션과 다르게 충분히 주어졌다는 차이점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