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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올곧음과 페르소나를 연기하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최하영2022.01.03


올곧음과 페르소나를 연기하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真っ直ぐの福山雅治、ペルソナのリリーフランキー

 




 

 

 

 

1. 뒤바뀐 아이들과 대비되는 아버지 상()

 

 

한 남자아이가 사립학교 입학을 위한 면접을 보고 있다. 아이는 면접관 앞에서 지난 여름에 아버지와 함께 캠핑과 연날리기를 했던 경험을 말한다. 그리고 옆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버지는 아들을 뿌듯해한다. 하지만 면접에서 말한 대답은 아이가 지어낸 이야기였고, 초등학교 입시를 위한 학원의 가르침대로 행동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그렇게 가르친 학원에 대해 만족스러워 하는 장면으로 이 영화는 시작된다.

본 영화의 주인공인 노노미야 료타는 지금껏 져본 적 없는 이상적인 비즈니스맨으로 묘사된다. 가정에서 시간을 보내기 보다 업무에 시간을 할애하는 쪽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그와 동시에 그는 유능한 남편, 자상한 아내, 다재다능한 아들의 모습을 이상적인 가정상으로 꿈꾸는 인물이다. 그러나 느닷없이 7년 전에 아이가 병원에서 바뀌었다는 전화가 걸려오며 이상적인 가정의 모습의 균열이 생긴다.

 

 

6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했던 아이가 출산 뒤 병원에서 뒤바뀌었던 것이었다. 이후 두 아이의 가정인 노노미야가()와 사이키가()는 병원에서 권유한 일반적인 해결책인 아이의 교환을 고민해 보기로 한다. 그렇게 영화는 두 가정이 주기적으로 만나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 발생하는 갈등과 그 해소를 그려낸다.

 

 

마찬가지로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아버지인 노노미야 료타(후쿠야마 마사하루 扮)와 사이키 류다이(릴리 프랭키 扮), 두 인물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동시에 두 명의 인물을 본격적으로 대조하는 장면이 다수 연출된다.

료타는 회사에서 인정받는 비즈니스맨이자 자식 교육에만 열중한 아버지. 그리고 유다이는 특출난 능력은 없으나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서로 반대되는 성격을 가진 두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는 각각 후쿠야마 마사하루와 릴리 프랭키다. 각각의 역할을 완벽히 그려낸 두 배우의 스타일은 어떠한지, 대비되는 아버지 상이 잘 드러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 보도록 한다.

 

 

 

2. 후쿠야마 마사하루와 노노미야 료타의 올곧음

 후쿠야마 마사하루에게 이 작품은 모험과도 같았다. 그는 매년 '좋아하는 남자 연예인' 설문 랭킹에 상위권에 랭크되는 일본에서 사랑받는 배우중 한 명이다.[1] 이전에 그가 맡았던 작품의 캐릭터들을 보면 드라마 <갈릴레오> 시리즈의 비범한 면모를 가진 천재 물리학자, 영화 <바람의 검심>의 올곧은 성격을 가진 주인공의 스승처럼 작품에 한 두 명씩 등장하는 비범하고 올곧은 캐릭터를 맡은 경험이 많다.

하지만 본 작품의 료타는 그가 맡아왔던 역할의 모습과는 좀 동떨어져 있다. 물론 1990년대부터 꾸준히 가수로도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다재다능한 료타의 모습과 어느 정도 닮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성실하고 올곧은 이미지처럼 가정과 직장 모두에 충실한 면모를 보이기 보다는 일에만 열중하는 쌀쌀맞은 모습이 더 많이 연출됐다. 더구나 어린 아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고압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후쿠야마 또한 이 작품을 맡게 될 때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한 잡지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는 "료타를 연기하다 보니 내가 좋아하지 않는 나의 모습이 나왔어요.”라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2]

 사실 본작의 연출을 맡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후쿠야마가 연기해왔던 캐릭터들과는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서 그에게 큰 연기 변신을 요구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가 일할 때 나온 완벽주의적 또는 냉철한 모습을 영화에도 자연스럽게 녹여내려고 시도했던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후쿠야마는 완벽에 가까운 비즈니스맨이자 무뚝뚝하고 강압적인 가장의 모습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전 작품들에서는 이상적 인간상을 향한 올곧음이 주를 이뤘었다면, 본 작품에서는 본인이 꿈꾸는 이상을 향한 올곧음을 그려냈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3. 릴리 프랭키와 사이키 류다이의 페르소나

 릴리 프랭키가 연기한 류다이는 앞서 언급한 후쿠야마 마사하루의 료타와는 달리, 무능하고 태평한 아버지에 더 가까운 캐릭터다. 하지만 가정에는 더 없이 따듯한 아버지로 그려진다. 그는 아이와의 시간을 경시하는 료타에게 아버지의 역할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라며 일침을 가하여 료타가 아버지로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릴리 프랭키. 언뜻 보면 국적을 추측하기 어려운 이름이다. 그의 직업 또한 하나로 단정할 수 없다. 릴리 프랭키는 배우뿐만 아니라 소설가, 방송작가, 연출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그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그가 연기한 대부분의 캐릭터들은 강렬한 인상을 가지고 있진 않다. 필자는 그의 캐릭터가 알게 모르게 마음 속에 스며드는 느낌이 더 강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사실 배우 릴리 프랭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작품에서 함께 해왔다.[3] 릴리 프랭키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이후에도 고레에다 감독의 <바닷마을 다이어리>, <어느 가족>을 함께했다. 그는 타 작품과 마찬가지로 본작에서도 본인의 유다이라는 인물을 담담한 색채로 그려낸다.[4]

하지만, 필자는 릴리 프랭키에게 영화계에서 사용되는 페르소나의 의미뿐만 아니라 그리스 어원의 가면이라는 의미도 통한다고 생각한다. 본 작품에서 유다이라는 캐릭터는 평범한 면과 더불어, 병원의 위자료를 거절하지 않으려는 속물적인 캐릭터로도 묘사된다. 평범하지만 어딘가 독특한 면모를 가진 그의 캐릭터는 개성 강한 역할보다 두드러진 특징이 없기 때문에, 연기로 표현하기 더 어려울 것이다.

그가 이런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비결은 그의 다양한 직업에서 비롯되는 그의 다양한 모습, 카멜레온 같은 페르소나 덕이라고 생각하는 바이다. 매번 비슷하고 잔잔하며 평범해 보이는 역할에도 본인만의 담담한 비범함을 섞어 특별한 인물을 연기해내는 것이다.

 

, 두 배우 모두 자신 안에 있는 작은 일부분을 극대화해서 연기한 결과물이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속 료타와 유다이라고 생각한다. 인위적으로 의식하여 경험해 본 적 없는 인물과 성격을 연기한 것이 아닌, 자신에 내재되어 있는 부분을 자연스럽게 노출한 것이 본작에서 두 배우의 결과물이 아닐까.

 

 

 

4. 다른 색채의 두 배우


 

() 후쿠야마 마사하루 https://www.huffingtonpost.kr/entry/story_kr_5b6fd0ace4b0530743ca86a1

() 릴리 프랭키 https://m.blog.naver.com/cine_play/221330720491

 

 본인처럼 엘리트 코스를 밟고, 유능한 인재로 아들이 자라길 바라는 료타는 아이와의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는 유다이를 만나서 '아버지'라는 가치관이 변화하는 경험을 한다. 올곧은 모습의 후쿠야마 마사하루, 다채로운 모습을 가진 릴리 프랭키. 이 작품에 두 배우가 만나 나타나는 시너지를 고스란히 녹여냈다.

수직적인 마사하루와 수평적인 릴리 프랭키라는 두 배우가 아니었다면, 이 작품의 두 아버지의 모습이 자연스럽고 자세하게 묘사될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대조되는 이미지의 두 배우가 정반대의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유다이에 의한 료타의 가치관 변화의 계기와 성장을 그 누구보다도 잘 그려냈다는 감상평을 남기고 싶다.

 



[1] 20208, 닛케이 랭킹 총결산 랭킹 6(https://xtrend.nikkei.com/atcl/contents/18/00339/00012/ 검색일자 2021-10-28).

20215, 대하드라마 탤런트 톱 랭킹 3 (https://yorozu-do.com/talentpowerranking-2017/ 검색일자 2021-10-28).

[2] [후쿠야마 마사하루] 망가져본 적 없는 남자, http://m.cine21.com/news/view/?mag_id=75375

[3] 영화계에서 사용되는페르소나는 영화 감독의 분신이거나 특정한 상징으로 작품 제작에 함께 해온 '분신'을 의미한다.

(페르소나,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50370&cid=42617&categoryId=42617)

[4] 릴리 프랭키는 어디든 간다, https://www.indiepost.co.kr/post/7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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