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igation contents

예측할 수 없기에 재미있다. <하스스톤>

강정구2020.12.22

 


 

프랑스의 사회학자 로제 카이와는 저서 <놀이와 인간>에서놀이 4가지 요소로 구분했다.

 

 

플레이어가 어떠한 역할을 맡는 놀이인 모의, 미미크리(Mimicry),

 

경쟁을 통해 승패를 가르는 놀이인 경쟁, 아곤(Agon),

 

플레이어의 의지 밖의 영역인 운과 변수가 작용하는 확률 놀이인 , 알레아(Alea),

 

승리 또는 과제의 성취를 위해 집중하고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되는 몰입 놀이인 현기증, 일링크스(Ilinx)

 

 

 이와 같은 4가지의 요소를 게임에 적용해보자. 4가지의 놀이가 성립하고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게임일 때, 플레이어는 게임에 재미를 느끼고 게임을 플레이 할 것이다.

 

 

 

 <하스스톤>은 미국의 게임 개발/판매사인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2014년 출시한 수집용 카드 게임이다. 워크래프트: 오크와 인간(1994)부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어둠땅(2020)까지 꾸준히 출시 중인 워크래프트 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게임이다. 매출액과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트위치시청자 수 등에서 디지털 카드 게임 중 가장 높은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게임이다[1]필자는 하스스톤’이라는 게임을 로제 카이와의 분류에 따라 분석해볼 것이다. , 변수와 같은 영역의 알레아를 통해 하스스톤을 분석해보겠다. 

 

 

하스스톤과 알레아

 하스스톤은운빨 게임이라는 멸칭과도 같은 애칭을 얻을 정도로 운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하스스톤에는 알레아, 즉 무작위성과 변수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카드 게임 특성 상, 덱에서 카드를 뽑는 행위인 드로우(Draw), 게임이 시작 될 때 자신이 손에 들고 있는 패인 멀리건(Muligan) 등 여러 무작위적 요소들이 기본적으로 내재되어 있다. 이는 공통된 덱으로 진행하는 트럼프 카드 게임, 서로 다른 덱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유희왕, 레전드 오브 룬테라 등의 다른 카드 게임에서도 나타나는 요소이다. 하지만, 하스스톤은 타 카드 게임에 비해차원의 요소들이 돋보인다. 단순히 무작위라는 단어로 설명되지 않고, 수많은 범주로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성격의 무작위 효과를 가진 카드들이 있다.[2] 그 중, 본격적으로 하스스톤의 무작위성에 대한 애착이 드러난 카드인 희망의 끝 요그사론' 이라는 카드가 있다.

 

 

 

 

 

 카드의 효과는 다음과 같다. ‘이번 게임에서 내가 주문을 시전한만큼 무작위 주문을 시전합니다. (대상은 무작위로 선택)’. 현재 하스스톤에는 2020.08.20. 기준 2631개의 카드가 발매되어 있고, 카드 별로 영웅, 하수인, 무기, 주문이라는 4가지 종류로 구분지어진다. 그 중 주문은 732개를 차지한다. 하스스톤의 주문은 나에게 이득을 가져다 주는 카드 또는 상대에게 손해를 보게 하는 카드 등 사용 시 사용한 플레이어 측에게 유리한 이점을 가지게 하는 방향으로 설계된 카드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상기한희망의 끝 요그사론 732개의 다양한 주문을 무작위로 선택 해, 무작위 대상에게 시전(주문을 사용하다.) 한다. 본디 나에게 좋은 효과를 가져다 주어야 했을 주문은 상대에게 시전 되거나 생각지도 못한 주문으로 승기를 가져오는 등 이 카드를 내는 순간 게임의 행보는 순전히 알레아에 맡겨진다. 여타 카드게임과는 다르게 카드 한 장으로 벌어질 상황을 아무도 예측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다른 카드 게임과의 비교 대립하는 아곤과 알레아

 우리 사회는 공정한 경쟁 끝에 쟁취하는 승리를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인간의 삶의 일부인 유희로서의 게임에도 이는 적지 않게 적용될 것이다. 불합리한 운, 변수 따위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실력, 전략과 같은 아곤의 요소를 극대화 시킨 카드 게임이 있다. 바로 레전드 오브 룬테라이다.

 

 레전드 오브 룬테라는 라이엇 게임즈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게임의 세계관으로 만든 CCG 장르 게임이다. 하스스톤과 마찬가지로 기존의 게임을 기반으로 한 게임이다. 하스스톤이 극대화 시킨 카드 게임의 핵심 요소인 무작위성을 억제한 게임으로 출시 전부터 홍보를 했다.[3] 불합리한 상황을 빚어낼 수도 있는 무작위적 요소를 배제하고 플레이어의 수 싸움과 전략과 같은 아곤의 재미를 극대화 시켜, 하스스톤과 정반대되는 것을 추구한다. 알레아를 추구한 하스스톤의 반대편에서 아곤을 추구하는 게임이라 볼 수 있다.

 

 멀리건과 함께 잠시 언급했던 유희왕의 경우, 무작위적 요소가 작용되는 카드가 드물다. 존재하는 일부 무작위성 카드의 효과는 플레이어가 손에 가지고 있는 패에만 작용한다. 예를 들어 카드를 무작위로2 장 버리고, 상대에게 피해를 입히는 카드, 상대의 패를 무작위로 1장 볼 수 있는 카드 등 무작위 효과 카드는 손패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소극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카드가 존재할 수 있는 모든 공간에서 무작위적 요소가 작용하는 하스스톤에 비해 무작위성을 조심스럽게 다루는 모습이다.

 

 위의 두 게임은 운이 지배하는 카드 게임이라는 장르에서 불합리할 수 있는 요소인 무작위성 보다는, 플레이어 개인의 능력과 전략을 우대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하스스톤 내의 무작위성

 돌아와서, 현재 하스스톤과무작위라는 단어는 때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앞서 말한희망의 끝 요그사론이라는 카드로 대표되는 무작위성 카드는 꾸준히 만들어지고, 사용되고 있다. 앞서 말한 다른 카드게임처럼 공정함, 전략을 우대하는 것은 무작위성을 강조하는 것 보다는 합리적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젊은이에게 희망적인 상황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하스스톤은 무작위적 요소를 추구한다. 하스스톤은 단순히 이런 사회적 풍조와 젊은이들의 성향에 시니컬하게 도전하며 게임을 운영하고 있을까? 하스스톤이 어째서 무작위성을 좋아하고 어떻게 무작위의 매력을 어필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위의 세 카드들은 불사조의 해 (2020)에 애용된 카드이다. 상기된 카드들 이외에도 무작위성을 가진 카드들이 많지만, 불사조의 해에 하스스톤을 플레이한 유저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애용되었던 카드들을 나열했다. 하스스톤은 확장팩 (Extension pack) 이라는 이름으로 1년에 3번 새로운 카드들을 추가한다. 무작위성 카드는 모든 확장팩에 포함이 되어있었고, 최근에 나온 확장팩일수록 무작위성은 심화되어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무작위성은 게임 실력의 정점에 이른 프로게이머들에게도 예외는 없다. E스포츠에서 한 종목을 맡고 있는 하스스톤은 크고 작은 대회가 활성화 되어있다. 이 대회들에서도 무작위성 카드들은 상당 수 채용되고 있다. 이러한 대회가 중계될 때, 선수들이 카드를 내고서 카드의 무작위 효과가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발생하기를 바라며 기도를 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된다. 하스스톤의 짙은 무작위성은 수 많은 플레이어들 위에 군림한 프로게이머들 조차 가슴을 졸이는 모습을 빚어낸다.

 

 

 

중계 화면에 잡힌 기도하는 선수의 모습들[4]

 


 하스스톤에 카드 효과에무작위라는 단어가 포함된 카드 이외에도 강한 무작위성을 가지고 있는 카드가 있다. 처음 상호간에 약속을 하고 미리 설정한 덱 이외의 카드를 생성해, 사용케 만드는발견능력을 가진 카드다. 생성되는 카드들은 완전히 무작위기 때문에 지금까지 말해 온 무작위성과 기본 틀은 같지만, 통상의 카드게임의 상식을 깬 하스스톤의 고유성과도 같은 중요한 효과이기에, 따로 설명을 하겠다.




그 카드 어디서 가져왔니? – 변수 창출 

 



 

 이번에도 카드 3개를 나열했다. 굵은 글씨로 쓰여있는 발견이라는 단어가 돋보인다. 발견이라는 능력은 3개의 무작위 카드를 제시하고, 그 중 하나를 고르도록 하는 능력이다. 이렇게 생성된 카드 밑에는해당 카드를 발견한 카드의 이름+생성됨이라는 텍스트가 붙는다. 발견 능력은 게임 플레이 화면과 함께 설명하도록 하겠다. 


 

 



 

필자의 게임 플레이 화면이다. 발견 능력을 가진 카드인 태고학 탐구를 사용했을 때 나타나는 화면이다. 3장의 무작위 카드가 제시되고, 플레이어는 자신에게 필요한 카드를 고르게 된다. 여기서 가장 왼쪽에 있는 카드를 선택하겠다.



 



 

 위의 화면과 이어지는 상황이다. ‘태고학 탐구라는 카드를 사용해 점성술사 솔라리안이라는 하수인을 발견한 상황이다. 생성된 카드 밑에는태고학 탐구 카드로 생성됨이라는 텍스트가 추가 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덱 외부에서 새로운 카드를 가져왔음을 확실히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발견 능력은 하스스톤 제작진들이 사랑하는 카드의 능력이다. 발견 능력의 카드는 매머드의 해 (2017) 의 확장팩인운고로를 향한 여정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발견 능력 카드의 등장과 그에 따른 하스스톤의 확장팩 흥행을 함께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운고로를 향한 여정직전의 확장팩인비열한 거리의 가젯잔은 엄청난 혹평을 받고, 하스스톤의 수익 감소와 모바일 하스스톤의 역대 최저 수익을 달성하는 불명예를 얻었다.[5] 지나치게 정형화 된 게임 플레이를 강요하고, 직업 간의 상성이 심화되어서 정말 손도 못 쓰고 맥 없이 게임이 끝나는 경우가 많아서 최악의 확장팩으로 꼽히는 확장팩이다.

 

 이에 하스스톤은 다음 확장팩인운고로를 향한 여정에서 지금까지 말해 온 발견 능력을 가진 카드들을 대거 발매한다. 그리고 이러한 하스스톤 개발진의 전략은 적중했다. 하스스톤 역사상 처음으로 전설 등급에서 승률 52%를 넘긴 덱이 없는 상황이 나타났다. , 지나치게 강한 직업은 없어진 것이다. 또한 직전까지 겪었던 직업간의 심화된 상성으로 진행된 직업의 양극화도 해결했다. 통계 사이트에서 확인하면, 다른 해의 확장팩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균등하게 분포하고 있는 덱 분포도를 보이는 것이 확실한 증거이다.[6] 그리고 이용자수 1억명을 기록하고, 전 세계 일일 최다 동시 접속 기록 또한 갱신하는 등 완벽히 재기에 성공했다.[7] 이어서얼어붙은 왕좌의 기사들’, ‘코볼트의 지하미궁의 확장팩을 거치며 전성기를 누리며 변수 창출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카드게임은 게임 시작 전에 상호간에 합의 된 미리 짜여진 덱으로 진행하는 게임이다. 하지만 하스스톤은 발견 능력을 가진 카드를 이용해 덱에 없던 카드를 적극적으로 가져오는 게임을 만들었다. 이미 정해지고 예상되는 카드가 아닌 생각지도 못한 카드가 튀어나오고, 생성된 카드가 전략을 파괴하고 상대방과 플레이어 모두를 당황하게 하는 상황이 잦아졌다. , 변수가 창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발견 능력을 가진 카드를 이용해 전략의 고착화를 막고 각각의 게임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통제하지 못 하고 예측하지 못 하는 변수라는 알레아를 적극 활용해 전략 게임의 고질병인 전략의 고착화는 물론, 카드 게임의 단점인 단조로움을 모두 해결했다.

 

 

 

하스스톤이 사랑받는 이유

 하스스톤은 이와 같이 무작위성과 운을 활용했다. 운으로 인해 빚어지는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공간이고, 하스스톤은 운으로 인한 기쁨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현실에서 공정함을 추구하던 젊은이들에게 작은 도피처를 제공한 것이다. 모두에게 공정하게 작용하는 역설적인 운의 재미를 십분 활용했기에, 공정함을 추구하는 것에 지친 사람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될 수 있었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스포츠의 인기 종목인 축구, 야구 등과 비인기 종목인 육상 (기록 경기) 등의 차이점은 다양한 경우의 수 차이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축구나 야구와 같은 인기 종목은 선수 개인의 잠재력로 인해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상황과 선수 간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다이내믹한 상황이 빚어진다. 하스스톤도 그러하다. 어디로 어떻게 튈 지 모르는 무작위성, 카드 한 장의 힘으로 발생하는 변수 등을 통해 게임의 상품성을 높혔다.

하스스톤은 단조로운 룰과 경직된 상황에서 펼쳐지는 카드 게임의 특성과, 비슷한 전략이 고착화 되고 정해진 플레이만을 강요 받는 전략 게임의 고질병에서 나올 수 있는 매너리즘을 무작위성과 변수 등의 요소를 극대화 시켜 해결했다.

 

 

예측 할 수 없는 상황, 같은 덱끼리 게임을 진행해도 다양하게 나타나는 각 플레이어의 게임 양상, 예상하지 못 했던 생성된 카드 한 장이 불러올 수 있는 변수에 대한 기대감 등은 하스스톤이 여러 게이머들을 매료시킬 수 있던 또 하나의 이유이다. , 플레이어에게 불합리하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카드 게임에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무작위성을 배제하지 않고, 역으로 적극 활용해 차별성을 높이며 큰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1], 서동민, “하스스톤’, 연매출 4593억원…‘카드게임 독보적 1”, 한경닷컴 게임톡, 2017.01.31 16:48:18 

http://gametoc.hankyung.com/news/articleView.html?idxno=43405

[2] 나무위키, 「무작위 효과」, 2020.08.31. 접속 

https://namu.wiki/w/%EB%AC%B4%EC%9E%91%EC%9C%84%20%ED%9A%A8%EA%B3%BC

[3] 오시영, “라이엇 vs 블리자드, 간판 IP로 카드게임 시장서 승부”, IT조선, 2020.04.16 06:00, 

http://it.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14/2020041403855.html

[4] 인벤방송국 IBS, 2017.10.1., [인벤] [KOR] 하스스톤 한국 메이저 결승전 Masca vs MaRu,

https://www.youtube.com/watch?v=v18jNMi6OCw&feature=youtu.be

[5] 이인환, “하스스톤, 심상치 않은 모바일 수입 큰 폭 감소”, OSEN, 2017-03-30 15:17

http://osen.mt.co.kr/article/G1110613727

[6] Vicious syndicate, Meta Polarity And Its Impact On Hearthstone, Vicious syndicate, 2020.09.07. 접속

https://www.vicioussyndicate.com/meta-polarity-and-its-impact-on-hearthstone/

[7] 송진원, “[이벤트&소식]하스스톤, 유저 수 1억명 돌파 및 라그나로크M: 영원한 사랑, 동남아시아 마켓 매출 1위 기록”, 게임인사이트, 2018.11.06 16:41:05. 

http://m.gameinsigh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881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