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igation contents

코믹콘 서울 2018

지난 8월 초, 끝없는 무더위 속에 3()부터 5()까지 서울 코엑스 A관에서코믹콘 서울 2018’이 열렸다. 이 행사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매년 열리는 소위 덕후(만화나 영화, 아이돌 따위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오타쿠를 변형시킨 속어)들의 축제, ‘코믹콘 샌디에이고 인터내셔널(San Diego Comic-Con International)에서 비롯된 것으로 컨벤션의 형태로 열리는 팝 컬쳐 페스티벌이다. 거래되는 자금이나 전세계에서 참가하기 위해 모여드는 사람들 규모를 보면 이 축제가 얼마나 거대한지 조금은 미루어 짐작 할 수 있다 


덕후의 성지 코믹콘

 

 

앞서 말했듯이 덕후들의 축제인 이 행사는 여타 다른 동인 행사와는 다른 독특한 차이점이 있다. 바로 작품의 제작자 측(일명, 공식)이 직접 행사에 참여한다는 점이다. 이게 무슨 뜻이냐 하면, 일반적인 동인 행사는 동인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팬들의 2차 창작(: 본래 작품에 나오는 내용이나 등장인물들을 팬이 재해석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내거나 일러스트를 그리는 행위)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반면 코믹콘은 공식에서 작품과 관련된 부스를 열고 팬들에게 선보이는 다소 독특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제작자 측에서 주도해 개최하는 행사가 아닌 이상 이런 형태의 행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이유로 코믹콘에서는 매년 인기 작품의 유명 배우들이 단체로 참석하여 영화나 드라마 홍보를 하거나, 마블이나 디즈니 등 대형 기업에서 코믹콘 한정 굿즈를 판매하는 등 그곳에 가야만 즐길 수 있는 즐길 거리가 넘쳐난다. 심지어 이곳에서 신작이나 예고편을 가장 먼저 공개하기도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에 관한 것이라면 작은 설정 하나일지라도 미친듯이 달려드는 오타쿠에게는 그야말로 천국이나 다름 없는 곳이다.

 

  

 코믹콘의 유래

 

코믹콘은 원래 1970년에 샌디에이고에서 미국 코믹스를 위한 컨벤션이 열린 것이 시초라고 한다. 이때 이름은 "San Diego Comic Book Convention"로 지금에 비해 규모도 작고 다루어지는 장르의 범위도 훨씬 작았다고 한다. 이때는 주로 미국의 코믹스나 공상 과학, 판타지에 관련된, 영화, TV시리즈들이 주로 다루어졌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새로운 장르로 그 지평을 넓히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광범위한 팝 컬쳐를 받아들이게 되면서 공포물, 재패니메이션, 애니메이션, 망가, 판타지 소설, 카드게임, 비디오게임, 웹코믹 등 온갖 장르의 엔터테인먼트를 다루게 되었다. 작품의 매체도, 장르도, 국적도 한층 더 다채로워지면서 현재의 거대한 행사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코믹콘 서울

 

 코믹콘은 원조격인 샌디에이고를 비롯해 뉴욕, 캘리포니아, 등의 미국의 타 도시, 그리고 유럽, 아시아의 각 도시에서도 열리고 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마침내 지난 2017년부터 서울에서 <코믹콘 서울> 이라는 이름으로 개최하게 되었다. 한국 코믹콘은 ReedPop1의 주도 아래 열리게 되었었다.

 

코믹콘 서울은 올해도 강남에 있는 코엑스에서 열렸으며 3일부터 5일까지 3일간 아침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입장이 가능했다. 덕분에 지하철, 버스 등 접근성이 좋아 쉽게 찾아갈 수 있었지만 입장객이 많기 때문에 당일 표를 사서 들어가기 위해서는 아침 8 30분부터 도착해 줄을 서는 열정을 지녀야 했다. 물론 느지막하게 들어가고 싶은 오타쿠는 없기 때문에 이른 아침부터 행사장 입구는 이미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에게 점령당해 있었다

   

 

코믹콘의 묘미: 배우와의 만남

 

입장을 하고 느긋하게 발길이 가는 데로 이동하던 중, 커다란 무대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 이 무대는 회장 안쪽에 위치한 어메이징 스테이지로, 행사 기간 중에 강연, 콘테스트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장소이다. 당일에는 아침부터 해외 유명배우, 에즈라 밀러와의 만남이 준비되어 있었고, 에즈라 밀러를 보기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던 것이었다. 영화 '저스티스 리그'에서 빛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히어로, '플래시'역을 맡았던 배우였기에 호기심이 생겨 사람들을 따라 줄을 서서 에즈라 밀러를 기다렸다. 에즈라 밀러와의 만남은 팬들과의 QnA시간으로 이루어졌다. 배우로서 어떤 자세로 작품에 임하는지부터, 플래시 의상에 관련된 촬영 뒷이야기, 힘들 때 극복하는 방법 등 배우로서, 또 사람으로서의 에즈라 밀러를 볼 수 있었다. 또한 이전 날에 온 팬을 기억하고 이야기 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배우와 팬들이 코믹콘을 통해 밀접한 교류를 나눌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에즈라 밀러의 세션이 끝난 뒤에는 바로 옆의 게임존으로 이동했다

 

   게이머의 천국 '게임 컨벤션 서울'세션

 

코믹콘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가장 기대하고 있던 곳, 바로 '게임 컨벤션 서울'이라는 게임 구역이다. 입구에서 팜플렛을 받을 수 있고, 구역 안에 있는 9개의 작은 부스에서 게임을 하고 스탬프를 3장 이상 모아오면 손목밴드 3개를 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9개 각각의 부스는 각 테마에 맞게 '~'이라는 이름을 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방문객들은 각 섬에서 퀘스트를 완료해 밴드를 얻고 섬마다 존재하는 몬스터들을 무찌른다는 설정이다.

 

 

 

 

 

 입구에 들어서 제일 처음 보이는, 마치 PC방과 같은 광경이 펼쳐진 부스에 먼저 갔다. 이곳은 '포나 섬'으로 포트나이트라는 게임을 친구들과, 혹은 모르는 사람들과 팀을 이뤄 할 수 있는 곳이다. 포트나이트는 에픽게임즈에서 개발한 게임으로, 점점 좁혀져 오는 제한된 경기장 내에서 무기를 찾아 상대방을 제압하고 팀으로 혹은 개인으로 1등을 차지하는 배틀로얄 장르 게임이다. 배틀로얄 장르에서 보다 유명하고 국내 기업이 만든 '배틀 그라운드'가 아닌 포트나이트라서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건축이라는 독특한 특징이 있어 유명한 장르지만 새롭고 신선한 느낌이 있어 좋았다. 또 다른 배틀로얄 장르의 게임들, 배틀 그라운드같은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가벼움과 유쾌함은 게임존에서 만나는 첫 번째 부스로서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어 주는데 일조하고 있었다.

 

 다음으로 간 곳은 '보드 섬'이었다. 다른 부스들과는 다르게 컴퓨터나 모니터가 놓여있지 않은 이 부스는 보드게임들을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다빈치 코드' '할리갈리'같은 유명한 보드게임이 아닌, 전혀 새로운 보드게임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특히 '바다 동물 장기'가 인상 깊게 남아있다. 기존의 장기나 체스와 비슷하지만, 말도 많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장기, 체스와 달리 말은 3종류, 판도 작고 정해진 위치에 아무 말이든 놓으면 승리한다는 직관적인 룰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렇다 해서 무턱대고 놓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체스나 장기의 말은 서로 역할이 비슷하지만 바다 생물 장기는 말들의 역할과 능력이 전혀 다르다. 상대가 몇이건 뛰어넘을 수 있는 포 '날치', 내 말과 상대 말을 먹고 움직일 수 있는 '문어', 장기의 졸 같은 존재 '상어' 세 개의 말들을 조화롭게 운용하기 위해 약간의 전략은 필요하다. 체스를 기반으로 했지만 그와는 다른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새롭고 재밌는 보드게임들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부스였지만, 입구에서부터 컴퓨터가 즐비하고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게임존의 전체적인 분위기와는 잘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보드 섬'은 앉아서 가볍게 대화도 하며 다 같이 보드게임을 즐기는 휴식공간과도 같았지만, 다른 부스에서 신나는 게임 사운드가 들리고, 옆에서는 게임 대회를 중계하기도 하는 와중에 보드 섬이 보이는 고요한 느낌은 상당히 이질적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보드게임이 여전히 다른 PC, 콘솔게임과 나란히 큰 규모의 부스를 가질 만큼 그 위치를 지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Artist Alley에 걸린 코믹콘 서울

 

게임 컨벤션 서울 세션에서 나온 뒤에는 회장 입구쪽의 Artist alley로 향했다. 이 구역은 개인 아티스트들이 자신들의 그림을 전시, 판매하거나 캐리커쳐를 그려주는 다양한 활동을 하는 구역이었다. 여러 가지 작품들을 감상하던 중 한 전시 부스가 눈에 딱 들어왔다. '..아트'라는 이름의 이 부스는 팝아트 회사 '..아트'에서 그린 그림을 전시하는 곳이었다. 정말 말 그대로 팝 아트라는 느낌이 팍 드는 이 그림 속에는 DC와 마블의 히어로들이 우리나라의 관광명소, 불국사, 광화문 그리고 종묘에 서 있었다. 단순히 우리나라 배경에 히어로들만 있는 그림인줄 알고 자세히 보면 비로소 그림속에 숨겨진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히어로들 사이에서 수줍게 얼굴만 내밀고 있는 '로보트 태권V' '마징가Z', 그리고 하늘을 유유히 날아가는 UFO이다. 언뜻 보면 재미있는 이스터 에그가 숨어있는 이 작품은 사실 오..아트가 코믹콘에서 여는 특별전으로 '오늘날, 영웅들의 모든 것'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구시대 영웅인 로보트 태권V에서부터 현대적 영웅인 마블의 히어로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고 하는데, 이번 코믹콘의 메인이 마블이고 또 우리나라에서 열렸다는 걸 생각하니 슈퍼맨, 아이언맨 등 다양한 히어로들이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서 있는 이 팝아트가 이번 2018코믹콘을 한눈에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는 그림들을 본 뒤 Toy/Figure세션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갑은 털고 눈을 즐겁게 하는 부스들

 

Toy/Figure 세션으로 오니 꽤 유명한 작품들과 회사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특히나 벽면을 가득 채운 마블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마블 스튜디오 10주년을 기념해서 만들어진 이 부스는 초창기 '아이언맨'부터 가장 최신 작품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까지의 역사가 벽면에 새겨져 있었다. 또 타노스의 인피니티 건틀렛과 각종 피규어, 전시장 한켠의 아이언맨 전신 피규어는 정말 최고였다. 하지만 마블 스튜디오 10주년 기념으로 개설된 부스 치고는 내용이 부실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블 영화의 역사와 전시품 달랑 4~5개만 있는 이 부스는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부스라기 보단 단순히 자신들을 홍보하는 부스같았고, 아무것도 없는 휑한 부스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앉아서 쉬는 쉼터가 되기도 했다. 게다가 바로 앞에는 마블 모바일 신작 게임을 홍보하고 있어 '기념'의 의미보단 '홍보'에 초점을 둔 거 같아 많이 아쉬웠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조금만 앞으로 나아가니, 세상에 블리자드 굿즈샵이 보였다.

 

이번 코믹콘, 블리자드 굿즈샵이 블리자드 게임 팬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이유가 있었으니, 바로 오버워치의 한국 캐릭터 'D.Va(디바)'의 스태츄이다. 해외에서는 발매가 되어 팔리고 있지만 국내에는 정식 발매가 되지 않아 많은 오버워치 팬들이 구매를 포기하거나, 비싼 배송비를 주고 해외구매를 해야만 했던 디바 스태츄가 최초로 국내 판매가 되는 현장이었던 것이다. 방문 당일에는 역시나 이미 전부 품절되어 구매는 불가 했지만 전시되어있던 디바의 스태츄는 구경할 수가 있었다. 높이 48cm의 거대한 스태츄는 오버워치에서 디바의 인기를 보여주는 듯 했다. 디바가 한국형 캐릭터인데다가 직업이 '프로게이머'라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아마 블리자드에서 코믹콘을 노리고 선행판매를 실시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들었다.

 

  이렇듯 기대한 만큼 내실이 꽉 찬 상점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Toy/Figure존에서 조금 내려오면 Film/Drama/Channel 세션이 나온다. 곧 개봉하는 공포영화 '더 넌'을 홍보하는 부스부터 워킹데드 드라마의 신 시리즈를 홍보하는 부스들까지, 온통 홍보 부스밖에 없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쓱 지나갈 세션은 절대 아니었다. '더 넌'을 홍보하는 부스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그냥 포스터 앞에 서서 찍는 사진이면 지나갔겠지만, 세워져있는 관 속에 들어가서 설정샷을 찍을 수 있는 부스라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세워져 있고 사진을 찍기위해 열어놓긴 했지만 어쩐지 관이라서 느낌이 별로 좋지는 않았지만, 사방이 막혀있어서 어딘가 아늑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 복잡미묘한 포토존이었다. 바로 앞에는 워킹데드 홍보관으로 좀비들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데, 더 중요한건 그 옆에 있었다. 포토존 바로 옆에 위치한 이곳은 돈을 내면 좀비 분장을 해주는 부스였다. 용기가 있고 현금이 있다면 도전해볼 수 있는 좀비분장, 지불하는 금액에 따라 분장의 강도가 달라지므로 가볍게 추억을 만들기에도 좋은 부스였다.

 

** 하지만 즐거운 만큼 아쉬운 점도 있는 법. 아직 2회차인 만큼코믹콘 서울 2018’은 여러모로 미숙한 점이 많이 보였다. 앞으로 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양날의 검, 중소기업

 

 이번 코믹콘은 대기업이 대부분이었던 작년과 달리 중소기업이 대다수였다. 그 중에는 행사 취지와 잘 부합하는 곳도 있지만, 실내 인테리어나 파라솔 등 생뚱맞은 상품을 홍보하는 기업도 있었고, 중소 웹툰 기업이나 미술 학원 등 단지 홍보를 위해 출전한 모습도 확인 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일부 부스는 아무런 활동도 하지않아 참여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곳 조차 있었다. 그런 모습은 코믹콘을 마치 중소 기업 박람회처럼 보이게 만들기도 했다. 실제로 관람객중에는 코믹콘을 즐기기 위해서가 아닌, 그런 기업의 홍보를 보기 위해 온 듯한 중년 남성을 간혹 발견할 수 있었다.

 

일요일 하루에만 1만이 넘는 사람이 찾아오는 행사이기 때문에 확실한 광고 효과는 있었을 것이다. 대형 광고를 넣을 수 있는 대기업과는 달리 광고의 기회가 적은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제법 훌륭한 기회였다는 사실은 틀림없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이 행사의 취지와 맞는가 라는 말에는 의문이 든다. 대기업의 독식을 막는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이미 비싼 입장료를 내고도 추가로 돈을 들이지 않는 이상 어떤 즐길 거리도 얻을 수 없다면 그것은 잘못 된 것이 아닐까? 코믹콘은 만화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기기 위해서 가는 곳이지 중소기업의 상품을 살피기 위한 곳이 아니다. 행사의 원래 취지와 관련이 없는 부스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 점에서 거의 중소기업만으로 이루어진 부스들이 관람객의 입장에서는 재미를 다소 반감시킨 것 같다.

 

같은 중소기업이라 하더라도 확실히 관객들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있는 기업과 그냥 그곳에 있는 것뿐인 기업은 다르다. 본래의 목적과 연관이 없는 기업을 제한할 뿐만이 아니라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는 부스 또한 통제할 필요가 있다. 그 자리를 차라리 다른 활동적인 부스로 채워 넣는 것이 관객의 입장에서는 훨씬 즐거울 것이다.

 

제 값을 못한 ‘STAR PASS’

 

입장 티켓은 온라인 구매와 현장 구매 모두 가능한데, 전자가 2만원 가량 더 싸다. 다만 행사일 전에 조기 매진 되어버리기 때문에, 내년 코믹콘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빠르게 결단을 내리는 것이 좋을 듯하다. 티켓은 종류도 여러가지 이다. 하루짜리 티켓, 이틀짜리 티켓, 삼일짜리 티켓 등, 날짜 별로 구분되는 티켓과 그 이름도 특별한스타패스가 있다.

 

‘스타패스’란 일반 티켓의 배의 가격인 대신에 코믹콘 3일 입장권, 전용 티켓 창구, 전용 프리미엄 라운지, 스타패스 소지자만 참여 가능한 두근두근 패널 세션, 스타패스 소지자에게만 증정하는 소정의 선물패키지, 코믹콘 서울 방문 엔터테인먼트 게스트 2인 중 선택 가능한 사진 촬영 1회권, 사인 1회권이 제공되는 그야말로 골든 티켓이다. 다만 30만원이라는 싸지 않은 티켓 값이 망설이게 만든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올해 내한한 마아클 크루거와 에즈라 밀러를 보고자 선뜻 거금을 지불한 사람들이 있었다. 심지어 오로지 인터넷 구매로만 얻을 수 있는 이 티켓이 진작에 완판 되었으니 가히 그 위상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큰 호응을 받은 스타패스이지만 정작 행사 당일 이후로 이에 대한 비판과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우선은 가장 기본적인 티켓 종류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 다른 곳에서 열리는 코믹콘의 경우, 스타패스 구매자에게는 팔찌 티켓 대신 목에 걸 수 있는 목걸이 카드에 티켓을 넣어 준다. 그러나 한국 코믹콘은 스타패스 구입자에게도 팔찌형 티켓을 주었다. 덕질과 관련된 물건이면 사소한 것 하나까지 보관하는 습성이 있는 오타쿠에게 있어서는 무척 불만족스러운 상황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두 번째, 시간 분배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스타패스의 특권 중 하나인 배우와 사진찍기는 별다른 잡담할 시간도 없이 사진만 간신히 찍을 정도 밖에 주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사인 받을 때 또한 관객이 직접 배우로부터 사인을 받는게 아니라 뒤의 라인에서 멈춰 서서 스태프가 가져다 주는 사인지를 받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물론 초청 배우 중 하나인 에즈라 밀러의 경우 일요일 당일 저녁, 그의 밴드 공연이 있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했던 건 어쩔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정으로 배우의 스케줄을 신경 썼다면 기존의 표 외에 추가적인 표를 팔아서는 안됐었다. 결과적으로 늘어난 인원으로 인해 시간이 촉박해져, 배우는 물론 관객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 되고 말았다.

 

애초에 스타패스란 타 행사에서의 프리미엄 패스와 다름 없다. 남들은 엄두도 못 내는 돈을 지불한 이들에게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 쉽게 망가지는 팔찌형 일회용 티켓보다는 플라스틱이나 두꺼운 종이 같은 좀더 단단한 재질로 만들어진 카드 형 티켓을 목에 걸 수 있도록 만들어 줬다면 한결 좋았을 것이다. 실용성과 보관성 둘다 획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훨씬 불만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모두를 힘들게 했던 시간 문제는 주최측이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면 해결 되었을 일이다. 스타패스의 수를 주최측에서 배우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만 상정하여 준비해야 한다. 그 이상을 팔려 한다면 이번 행사처럼 시간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아쉬운 상황이 될 수 밖에 없다.

 

빈수레가 요란했던 마블

 

이번 코믹콘 서울에서는 마블이 상당히 많은 지분을 차지했다는 사실을 그저 행사장을 한 번 둘러보는 것 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마블은 자신의 인기를 자랑이라도 하듯이 행사장 어디에 눈을 그 특유의 붉은 색을 볼 수 있었다. 가장 큰 전시, 거대한 조형물, 심지어는 개인 아티스트의 부스에서도 마블을 찾을 수 있었다. 최근 한국에서 마블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힘들 정도로 큰 인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금은 납득이 가는 상황이었다. 어쩌면 그 인기가 한국에도 코믹콘이라는 영미권 동인 행사가 개최되는 것에 큰 기여를 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결코 적지 않았던 오타쿠 외의 관객들(주로 가족 단위로 많이 보였던)을 끌어들인 것이 마블의 인기였을 가능성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일요일날만 해도16,403명이, 3일간 총 4 5천여명의 관객들이 코믹콘에 왔다. 결코 적지 않은 수지만 사실상 마블이 한국인에게 가진 영향력 비해서는 한참 적은 수의 사람들이 온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몇가지 문제점을 생각해볼 수 있다. 예상했던 것 보다 공식 측에서 준비한 즐길 거리가 없었다. 대부분의 부스는 중소기업이라 무언가를 하고자 하면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정작 가장 화려하게 자리를 차지한 마블에서는 별다른 이벤트가 없었다. 나름 유명한 작품인 해리포터나 스타워즈, 디시 코믹스 등은 마블에 밀려 이렇다 할 어필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한 행사가 좀비 워크라던지 게임존의 게임 체험 구간 등 부분적으로 이벤트가 이뤄지고 있었지만 일부를 제외하면 부스를 낸 중소 기업들에서 주최한 것이었다. 행사 취지와는 많이 동떨어진 느낌이었다. 크고작은 이벤트들은 행사의 전체 흐름에 어울리지 못하고 제각각인 느낌이었다.

 

또한 코믹콘의 가장 큰 메리트라고 할 수 있는 한정 상품도 지나치게 비싸서 살 수 없거나 종류가 다양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아무리 쓸모 없어도 한정판이라면 사고 보는 오타쿠의 심리가 발동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평범한 굿즈의 경우에도 오타쿠라면 모를까 일반인에게는 그저 예쁜 그림이나 모형에 불과했다. 그런 것들로 일반인과 오타쿠의 관심, 어느 쪽도 완전히 끌어들이기에는 부족했다.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마블을 앞에 세웠지만 정작 그 알맹이는 속 빈 강정이었다. 차라리 좀 더 다양한 인기 장르들의 부스에 더 신경을 쓰고 그에 관련한 이벤트들을 코믹콘 주최 측에서 신경 써서 진행했다면 지금 보다 훨씬 더 흥미로운 축제가 되었을 것이다. 재미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코믹콘 서울이란 무엇인지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컸다.

 

아직은 막 시작했을 뿐인

 

이렇듯 이번코믹콘 서울은 동인행사라기보다는 상업에 치중했다는 느낌이 강해 많이 아쉬웠다. 물론 자본이 많이 드는 대형 행사 특성상 이 행사를 통해서 발생하는 금전적 이익을 무시할 수 는 없다. 하지만 동시에 계속해서 행사를 열기 위해서는 상술은 조금 자제시키고 관객들로 하여금 앞으로도 코믹콘에 오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스스로 끊임없이 피드백을 하고 본연의 목적인팝 컬쳐의 즐거움을 즐긴다에 집중하도록 개선을 해나가야만 한다.

 

본래 코믹콘은 다른 동인행사와 달리 오타쿠와 같은 진성 매니아들만이 아니라 서브컬쳐를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는 사람들도 참가하는 곳이다. 평소에는 드러낼 수 없었던 것들을 열어 보인 채 전혀 다른 무리가 교류를 한다는 것 또한 어느 쪽에게도 드문 경험일 것이다. 또한 동인행사라 해도 대중에게서 큰 영향을 받았던 점도 무시 할 수 없다. 이러한 사실을 미루어 보았을 때, 이후로 코믹콘이 어떻게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고, 코믹콘 서울이라는 행사의 주제를 잡을지 아직은 조금 더 믿고 기대해봐도 괜찮지 않을까?

 

P.S.  오타쿠의 만남의 장 

오타쿠란 본래 방구석에 틀어박혀 혼자 즐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사람인 이상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 가끔은 그런 것에 관해 함께 나누고 이야기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렇기에 SNS에서 오타쿠들의 문화가 깊게 뿌리 내리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실제적으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무언가를 좋아하는 표현을 하고 질타를 받더라도 물리적 타격은 받지 않기 때문이다.

 

지만 코믹콘은 그러한 비난을 받을 걱정이 필요 없는 곳이다. 이곳은 덕후들의 만남과 소통의 장이기도 했다. 그곳에서 처음 만난 코스프레어들이 서로가 마음에 들어 교류를 하고자 연락처를 주고받는 경우도 있었고, 같은 장르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도 그곳에 참석하기 위해 함께 숙박하는 경우도 있었다. 같은 것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도 완벽한 타인이었던 사람이 단번에 친구처럼 친밀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제 아무리 히키코모리(방에 틀혀박혀 자신마의 세계에 빠져있는 사람)라 하더라도 자신을 드러내는 쾌감과 자신 또한 무언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안정감은 무시하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먼 해외에서까지 찾아온 관객들이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