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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제 23회 부천국제만화축제 : 언제, 어디서나 만화!

관리자2020.12.01

  

(출처: http://new.bicof.com/kr/sub.html?pid=8 )

  

23회 부천국제만화축제의 온라인 개막식 현장. 스크린 화면을 가득 채운 시청자들이 인상적이었다.
 

 유튜브 프리미엄의 특혜를 누리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면 분명 이 구절을 한 번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어느 광고의 첫 마디, ‘처음으로 우리에게서 여행이 떠났습니다.” 물론 여행만 떠난 것이 아니다. 축제도 떠났다. 다행히도 본래대로라면 한국만화박물관에서 개막식을 열었을 제23회 부천국제만화축제는 작금의 사태로 인해 그대로 개최되기 어려워지자 온라인으로 우리를 찾아왔다. 그 탓인지 보통 4~5일간 개최되는 부천국제만화축제가 이번에는 919일부터 27, 무려 9일이라는 역대 최장기간동안 열렸다.

 

  그렇다면 온라인에서 열린 부천국제만화축제는 어떻게 구성되었을까? 우선 모든 무대행사들은 유튜브로 옮겨졌다. 연극도, 뮤지컬도, 아이돌 콘서트도 라이브 스트리밍 하는 시대에 어쩌면 새삼스럽지도 않은 일일지도 모른다. 더불어 부천국제만화축제의 꽃이라 부를 수 있는 코스튬 플레이 또한 직접 참여가 불가능 하니 영상이나 사진을 찍어 보내는 식으로 대체되었다. 특별기획 전시들은 3D로 섬세하게 구현되어 사이트에서 공개되었다. 5000원으로 이미 충분히 저렴했던 표 값도 온라인으로 올라오면서 무료가 되면서 접근성이 더욱 올랐다.

 

 이번 23회 부천만화국제축제의 슬로건은 ‘언제, 어디서나 만화!’, 단순히 누구나 만화가 부흥하고 널리 퍼져 부흥하기를 원하는 바람일 뿐만이 아니라 스마트폰의 보급과 웹툰의 발전으로 인해 정말 언제 어디서나, 만화를 볼 수 있게 된 현재 우리의 이야기를 염두에 둔 문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제23회 부천국제만화축제의 서막이 오르다


 

부천국제만화축제의 첫 라이브 영상은 첫날 (19, ) 오후 2시에 열린, 개막식이었다. 1시간 반 가량 진행된 개막식은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서 송출되었다. 스테이지 위에서 사회자가 진행하는 개막식은 마치 방송을 연상케 했다. 재미있는 점은 사회자들 뒤의 대형 LED 벽이 시청자들의 얼굴로 메워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스크린에 빼곡히 채워진 실시간 다중 참여자들의 영상을 보며 이번 부천국제만화축제가 코로나 시대에 이루어진 것임을 다시금 되새길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급작스러운 이변에도 이만큼 준비해낸 운영 측에 대한 감탄 또한 숨길 수가 없었다.

 

부천 시장의 인사와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세계적 규모의 만화 축제가 열리는 앙굴렘 국제 만화 축제가 열리는 프랑스 앙굴렘[1] 시장의 인사에 뒤이어 관련 부서의 정치인들과, 여러 국가의 만화와 관련된 영향력 있는 이들의 인사가 뒤따랐다. 이는 솔직히 말하자면 다른 상업적 문화축제(특히나 그것이 만화와 같은 서브컬쳐 축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부천국제만화축제가 단순한 영리 목적이 아닌 공공기관에서 진행하는 문화 진흥 산업임을 확인시켜주는 순간이었다. 다만, 그 인사가 실시간 통신이었던 탓에 자주 끊기거나 멈추는 불상사가 잦았다. 뿐만 아니라 오디오에 문제가 생겨 시간차가 큰 에코가 생기는 등, 아쉬운 점이 많았다

 

음악 무대 또한 있었는데, ‘장한 후배상헌정 무대로, 초청 가수 이란이 천계영 작가의 오디션 속 노래를 선보여 사람들에게 추억을 불러일으켰다. 뒤이어 김병수 작가의 <산타 할아버지 조선에 오다>라는 작품을 주제로 재치 있는 자작곡을 불러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초청 가수로서는 아이돌 그룹인 틴탑이 공연을 펼쳤는데, 솔직한 심정으론 다소 뜬금없이 느껴졌다. 과연 만화와 어떤 연관이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으나, 동시에 어쩌면 이것이 웹툰의 등장 이후 한국에서 만화는 더 이상 서브컬쳐가 아닌 대중문화의 일부가 되었다는 반증이 아닐까 하는 다소 실없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23회 부천국제만화축제의 일정표

 

 

영상 컨텐츠는 하루에 한 두 번 있는 라이브와 정해진 때가 되면 올라오는 영상들로 이루어져있다. 라이브 영상의 경우, '와나나 방구석 코스프레 챌린지’, ‘웹툰OST 콘서트 <이태원클라쓰>’ 그 외에도 여러 웹툰 작가들의 팬미팅으로 이벤트성이 강한 콘텐츠가 방영되었다. 사전 제작 영상의 경우 주로 만화가들과의 대담이었다.




 

- 방구석에서도 즐기는 축제의 열기

 

<중증외상센터:골든아워> 작품의 홍비치라, 한산이가 작가와 함께 한 랜선 팬미팅 현장

 

실시간으로 진행된 콘텐츠들은 주로 이벤트성이 강하며 실질적으로 관객들의 호응이 필요했을 법한 컨텐츠들 위주였다.  실시간 영상의 가장 주력 컨텐츠였던 팬미팅은 화제성이 있는 작가들 짤로 유명한 작가 짤태식 작가”, “네이버 웹툰의 현재 가장 화제몰이를 하는 <하루만 네가 되고 싶어>의 삼 작가’ “ 최근 애니화가 된 액션활극 (마찬가지로 네이버에서 연재되는) 웹툰 <갓 오브 하이스쿨>의 박용제 작가등을 여러 사람을 초청해 진행되었다.

 

팬미팅은 크게 사회자를 통한 작가와의 질의응답, 작가의 그림 퍼포먼스인 디지털 드로잉 쇼’, 그리고 작품과 관련된 퀴즈로 구성되어 있었다. 작품 퀴즈는 실시간으로 진행되었는데, 유튜브의 라이브 채팅 기능을 사용하였다. 팬들의 함성이 직접 닿지만 않을 뿐이지 실상 오프 팬미팅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재미있는 것은 각 작가마다, 라이브챗에 가시화 된 팬들의 성향이 저마다 조금 달랐다는 점이다. 마치 작품의 분위기를 보여주듯 팬들의 호응 방식은 저마다 달랐다. 아마 장르와 연재처에 따라 독자들의 성향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하루만 네가 되고 싶어> 작품의 삼 작가가 랜선 팬미팅에서 디지털 드로잉 쇼를 펼쳤다.

 

그 외의 실시간 콘텐츠는 <와나나 방구석코스프레챌린지>, <성우콘서트> 등으로 관람객들에게 큰 재미를 선사했다.

 

<와나나 방구석코스프레챌린지>에서는 부천국제만화축제 채널에 쉬이 볼 수 있는 화려한 코스프레와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졌다. 참가자들이 값비싼 의상을 걸치는 대신 수저, , 고무장갑 등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로 캐릭터로 분장하는 일명 저가 코스프레를 선보인 것이다. 상당한 창의력과 예상치 못한 반전에 큰 웃음을 주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방구석 코스프레 챌린지 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현시국을 인식한 탓인지 종종 밖으로 나가지 않고 방구석에서 행할 것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발언에서 은연적으로 비치는 부천국제만화축의 공공사업으로서의 면모를 맛볼 수 있었다.

 

<애니송콘서트>의 경우 한창 애니메이션 수입과 오프닝, 엔딩 테마 제작이 활발히 이루어졌던 시절 애니메이션 ost 불렀던 가수 툴라와 정여진이 초청되어 많은 이들의 추억을 불러일으켰다.

  

<성우 콘서트>에서 남도형 성우가 원피스의 한 장면을 현장에서 즉석 연기를 펼쳤다.

마지막 날 마지막 시간에 배정된 <성우 콘서트>는 그야말로 대성황을 이루었다. 여기서 성우 콘서트란 일반적인 음악 콘서트와 달리 성우들이 연기를 펼치고 토크를 나누는 것을 칭한다. 남도형, 심규혁, 조경이 성우가 이날 <성우 콘서트>에 출연해 이전의 출연작 영상에 맞춰 열연을 펼쳤다. 또한 자잘한 토크에 이어 만화축제답게 네이버 웹툰 <악마와의 계약 연애>의 일부 장면을 목소리 연기를 해주었다. 성우들이 활발히 방송이나 대외활동을 하는 일본과 달리 작품 외로 성우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우리나라에선 드문 일이란 걸 생각하면, 상당히 의미 있는 콘텐츠 기획이었다고 볼 수 있다.

                                     

 

 

 

- 만화의 과거, 현재, 미래의 단면을 보여주는

 

 이번 축제에 부천국제만화축제는 상당히 많은 작가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팬미팅을 진행했던 <하루만 네가 되고 싶어>라든가 <갓 오브 하이스쿨>같은 인기 작품의 작가들도 있었지만, 단순히 흥미위주의 섭외가 아닌 문화적으로 의미가 있는 작가들의 이야기 또한 들려주었다. 그중 인상 깊었던 영상 몇 가지를 추리고자 한다.

 


 

우선 출판 만화의 거장 이정문 선생님의 인터뷰를 들 수 있겠다. 이정문 선생님은 <철인 캉타우>, <심술통>과 같은 유명한 만화들을 그리신 원로 만화 작가로 한국 만화계의 기반을 다지신 분 중 하나이다. 웹툰이 대세가 되어 더 이상 출판 만화 잡지조차 설 자리를 찾기 어려운 지금, 웹툰의 전신인 원로 출판 만화가의 만화의 역사나 다름없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상당히 의미를 선사했다.

 

또 다른 하나는 네이버 웹툰 <경비 배두만>의 작가인 이영곤, 얼마전 완결이 난 마찬가지로 네이버 웹툰 <돼지우리>의 천범식 작가의 인터뷰였다. 재미있게도 천범식 작가의 경우 다양한 영화의 콘티작가로서 활약한 이력이 있다는 점이다. 영화 콘티란 영화 장면을 촬영하기 전 그 장면을 이미지화하는 작업을 일컫는다 그가 참여한 작품 중 대표작으로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미쓰 홍당무>, <전우치>등 이름만 들으면 알아챌 만한 유명 작품이 많다. 그는 해당 활동이 웹툰 활동에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밝혔다. 이영곤 작가는 영화 <군도>의 외전격 이야기를 단편 웹툰을 연재한 적이 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웹툰과 영화 모두 이미지를 주로 하는 콘텐츠라는 점에서 서로 교류하는 지점이 많은 매체들이다. 이러한 매체간의 교류를 통해서 두 산업은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새에 이미 서로 간의 교류를 통해 발전을 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이 토크를 통해 알게 된 웹툰 작가가 꼭 만화만 그리지만은 않는다는 것은 흥미롭게 볼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독립만화 토크>에서는 이와, 바지, 예롱 작가를 모시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세 사람은 독립출판으로 만화를 낸 만화 작가들이다. 플랫폼이나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크라우드 펀딩 등을 통해 직접 서적을 출간하는 것을 독립 출판이라 한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출간한 만화를 독립 만화라고 부르는 것이다. 독립 만화는 오로지 만화작가 혼자 만화 제작부터 출판까지 담당하기 때문에 내용을 담아내는 데에 비교적 자유롭다는 특징이 있다.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을 편집자의 제재없이 풀어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사실상 1인출판에 가깝기 때문에 매우 소량으로 낼 수밖에 없다는 단점 또한 있다. 독특한 점을 뽑자면 독립 출판은 만화 제작이 주 직업이 아닌 부업의 형태로서 병행되기도 하다는 점이다. 물론 웹툰 또한 다른 본업과 병행하는 작가도 종종 존재하지만, 독립 출판의 경우 작업의 진행도와 목표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러한 얘기들을 통해 현재 한국 만화의 뿌리와 역사를 짚어주는 동시에 현재 한국 만화계의 단면을 보여줌으로써 만화의 정체성을 되짚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본다. 이는 컨텐츠적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만화의 문화적 그리고 예술적으로도 상당히 중요한 자료라고 생각된다. 무언가가 예술로서 인정받고 학문적 가치가 있기 위해서는 그에 관한 많은 감상과 평론이 필요하다. 그러한 담론이 형성되고 나서야 비로소 예술적, 문화적 가치를 논할 자격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번 제23회 부천국제만화축제는 귀중한 자료를 축적해준 셈이다.

 

 뿐만 아니라 만화 산업의 다양한 면모를 간접적으로나마 접하게 됨으로써 그에 대한 대중의 이해와 관심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면에서 이번 부천국제만화축제는 일종의 만화 산업의 진흥을 꾀하고 있음을 새삼 다시 짚어보게 만드는 것이다.

 

라이브까지 포함하여 대다수의 영상들은 유튜브의 부천국제만화축제 채널에 영상으로 남아있다. 지금 글을 읽는 당신도 흥미가 생겼다면 당장 YOUTUBE에 가서 부천국제만화축제를 검색하면 개막식은 물론이고 앞서 말한 여러 컨텐츠들을 즐길 수 있다. 이는 오프라인이 준 예상치 못한 이점이며 다시금 말하지만 문화적으로 꽤나 소중한 만화의 기록이라는 의미가 있다.

 

 

 

- 온라인의 의외의 발견



부천국제만화축제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곱제자란자식우두커니

 

이번 부천국제만화축제 측은 온라인전시물로 2019년 부천만화대상을 수상한 <곱게자란자식>2020년 부천만화대상을 수상한 <우두커니>VR 3D로 전시했다. 이 두 작품은 부천국제만화축제공식 유튜브 계정에서 전시해설 영상 및 작가인터뷰 영상 또한 시청할 수 있다. 이 작품 외에도 제23회 부천국제만화축제 특별전으로 독립에서 독립하기, 18회 대한민국 창작만화공모전 수상작품전을 온라인에서 관람할 수 있다.

 

VR 3D 작품을 먼저 살펴보면, <곱게자란자식>은 일제강점기 시대의 한 시골 마을에서 벌어진 일을 담고 있고 <우두커니>는 치매를 앓고 계신 아버지와 아버지를 돌보는 딸의 이야기이다. 두 작품 모두 가슴을 울리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이 감정을 혼자만 앓지 않고 감상을 나눌 수 있는 한마디 게시판이 있어 독자들의 감상을 나눌 수 있었다. 전시해설 영상에서는 <곱게자란자식>은 영화감독 조정래, <우두커니>는 배우 박철민의 목소리가 해설을 담당해 전시 감상 뒤, 해설을 들으며 다시 한번 작품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끔 해주었다.

 

 

<우두커니>의 심우도 작가 인터뷰

 

<우두커니>의 작가 인터뷰에서는 작가 필명인 심우도의 뜻, 만화 작업 역할 분담, 심흥아 작가와 함께 부부 작가로 활동하며 있었던 일, <우두커니> 대상 수상 소감, 작품 탄생 배경 등 <우두커니> 작품과 심우도 작가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곱게자란자식>의 이무기 작가 인터뷰

 

<곱게자란자식>의 작가 인터뷰에서는 만화작가의 꿈을 꾸게 된 계기, 데뷔작, 영화 곡성 윤색 작업에 대한 이야기, 대상 수상 소감, 일제 강점기 배경을 선택한 이유, 곱게자란자식의 캐릭터인 깐난이에 대한 이야기, 팀원 소개, 팀원이 말하는 이무기 작가 등 이무기 작가와 곱게자란자식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마지막으로 부천국제만화축제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두 인터뷰 모두 수상작에 대한 이야기만 전하는 것이 아닌 작가에 대한 이야기도 담고 있어, 평소 심우도 작가와 이무기 작가에게 궁금증을 많이 갖고 있던 사람들의 호기심을 해소해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만화를 그리는 사람들에게 궁금할 내용인 작업 역할 분담이나 슬럼프를 극복하는 이야기도 담고 있어, 만화가를 지망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인터뷰였다.

  

<독립에서 독립하기> 페이지에 수록된 만화들

 

다음으로 특별전인 <독립에서 독립하기>에는 <다세대사람들>, <아무개씨의 눈물>, <누군가 빛과 그림자에게 물었다>, <미몽>, <군산 만화독립출판사 운영기>, <세계 용서의 날>, <현수와 수호>, <밝은계집>, <Special dinner>, <치타델레>, <밤의 깊이를 알 수 있다면>, <여름이 자란다>, <Round Trip Ticket>, <2090 카운슬링>, <분홍코가족>, <그런 나는>까지 총 16작품이 수록돼 있었다. 16작품 모두 짧은 단편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 작품마다 담고 있는 메시지도 다양하다. 부천국제만화축제 홈페이지를 통해 들어간 독립에서 독립하기에는 각 작품마다 짧은 작품소개가 달려 있고 웹툰의 일부를 보여주고 있었다. 웹툰 전문을 보기 위해서는 다음 웹툰 플랫폼의 BICOF 독립만화 특별전' 사이트로 가야 하지만, 페이지 상단에 바로가기 버튼이 있어, 각 작품의 작품소개와 일부분을 읽고 마음에 드는 작품을 더 보러 갈 수 있었다. 또한, 단순히 웹툰으로만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단행본으로도 즐길 수 있었다. 사이드비에서 독립에서 독립하기단행본을 판매하고 있어 마음에 드는 작품을 소장할 수 있었다.

 

작품들은 전체적으로 짧은 단편이기 때문에 가볍게 읽기 좋았다. 그러나 가끔 내용이 난해해 단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도 있었다. 그럴 때는 작품소개를 읽어보고 이 이야기가 무엇을 담고 있는지 생각해보며 다시 작품을 감상했다. 이렇게 생각을 하며 읽으면 작가 이 작품에서 과연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인지 세세히 다시 찾아볼 수 있어 좋았다.

 

<독립에서 독립하기>도 앞서 말한 <우두커니>와 <곱게자란자식>처럼 영상이 있었다. 독립만화 토크라는 이름으로 총 3편에 걸쳐 특별전의 이야기를 풀고 있었다. 독립만화 토크 1편에서는 이와, 바지, 예롱 작가가, 토크 2편에서는 성인수 작가와 이재민 평론가가, 토크 3편에서는 불친, 불키드 작가가 나와서 이야기를 한다. 독립에서 독립하기에 참가한 작가는 모두 특별전의 제목처럼 독립만화 작가들이다. 다수의 작가들이 모여서 토크를 나누기 때문에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특히 토크 1편에서 다소 생소한 독립만화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창작만화공모전 수상작품전에 수록된 작품들

 

마지막으로 창작만화공모전 수상작품전을 살펴보자. 이곳에서는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 장려상을 수상한 창작만화를 볼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대상작인 <누군가의 이야기>, 최우수상인 <마더의 보고서>, 우수상인 <산신님과 방울토마토>와 <첫 꽃>, 장려상작인 <거울, 그리고 우리의 세계>, <드림머신>, <악마의 유혹 천사의 속삭임> 그리고 <소선유령>까지 총 8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수상작품전에도 특별전처럼 각 작품마다 수상작 소개가 달려있다. 뿐만 아니라 작가 수상소감도 함께 실려 있어 작가의 메시지도 함께 읽을 수 있다. 이곳에서도 작품 전체를 보기 위해서는 다른 사이트로 가야 하는데, 수상작품전의 경우에는 웹툰 플랫폼 버프툰에서 전체 내용을 볼 수 있다.

 

수상작품으로 선정된 만큼 각 작품 모두 제각각 여운을 남기는 좋은 작품들이었다. 각 작품마다 작가가 담고자 한 메시지가 다른 만큼 분위기도 천차만별이었고, 게재된 작품들 모두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이번 창작만화 공모전은 제18회였다고 한다. 하지만 아마 공모전이 제18회나 진행될 동안 이런 대회가 존재한다는 것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태반일 것이다. 이번 부천국제만화축제를 통해 이런 좋은 작품들이 소개되었다는 것, 그리고 대한민국창작만화공모전이 개최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만 더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만화 산업은 계속 발전 중이다. 최근에는 한국 웹툰이 외국에서 출간되거나 한일합작으로 애니메이션화 되기도 하는 등 한국의 만화가 세계적으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부천국제만화축제는 그런 현 상황을 보여주고있다고 느꼈다. 온라인 전시작들은 한국의 다양한 만화를 소개하고 있었다. <우두커니>, <곱게자란자식>, <독립에서 독립하기>에 수록된 16작품, 18회 대한민국창작만화공모전 수상 작품전에 수록된 8작품, 26작품을 볼 수 있었다. 올해는 본래 오프라인 전시로 예정되어 있던 작품들이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온라인 전시가 되다. 이에 관한 염려가 조금은 있었지만 오히려 온라인 전시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도리어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편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오프라인 전시장에서 사람들이 몰려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고 겉핥기로 넘어가는 것보다, 이런 식으로 온라인상에서 천천히 자신의 시간을 들여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던 것이 이번 온라인 만화축제의 최대이자 의외였던 강점이었다.




- 성공적이었던 제23회 부천국제만화축제


우리 KOI는 작년 부천국제만화축제에도 참가하였다. 그때 남긴 후기에 코스프레에 치중되어 아쉬웠다는 의견을 남긴 전적이 있었다. 올해 부천국제만화축제는 온라인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코스프레는 물론 프로그램을 어떻게 전시할지 걱정했다. 그리고 919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 행사를 따라가며 그 걱정이 괜한 우려였음을 느꼈다. 오히려 오프라인 행사보다 더 콘텐츠가 풍부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었다.

 

처음으로 진행하는 온라인 행사인 만큼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급하게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염려보다 훨씬 알찬 볼거리를 선사해주었다. 다양한 작가를 초청한 랜선팬미팅, 집에서 간단하게 코스프레를 한 걸 자랑하는 방구석코스프레챌린지, 부천국제만화축제를 마인크래프트로 즐겨보기도 하고, 작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만화가 토크, 웹툰OST 콘서트, 만화마스터클래스, 애니송콘서트 등 제23회 부천국제만화축제는 코스프레에 치중되지 않고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했다. 오히려 오프라인 때의 약점을 온라인의 장점이 개선해낸 것이다. 그리고 개막식에서 한국뿐만 아니라 만화와 연관된 다른 나라 만화협회들과의 연대를 보여줌으로서 부천국제만화축제가 정말 ‘국제’ 축제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23회 부천국제만화축제의 슬로건은 ‘언제, 어디서나 만화!’였다. 그런 의미에서 온라인 행사로 진행된 것은 그 슬로건과 잘 맞았다고 느꼈다. 놓친 프로그램이 있어도 영상으로 기록되기 때문에 나중에 영상을 다시 볼 수 있고, 실시간으로 프로그램에 참가해 작가와 소통할 수도 있어서 온라인은 정말 언제, 어디서나 만화 축제를 즐길 수 있게 해주었다. 부천국제만화축제 프로그램의 영상은 공식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 돼있다. 기록된 영상은 행사가 끝난 뒤에도 볼 수 있었고, 온라인 전시 또한 지금도 즐길 수 있다. 오프라인 행사였다면 행사에 참가한 기억을 되살리며 행사를 기억할 수밖에 없었을 테지만, 온라인 행사는 영상을 남겨 언제든 생생하게 행사를 다시 즐길 수 있다. 이 점이 지금까지 진행해온 부천국제만화축제와 제23회 부천국제만화축제의 가장 큰 차이점이며 장점이라 생각한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온라인 행사를 택하게 된 부천국제만화축제, 앞으로 또 이런 식으로 온라인 행사로 진행할지는 미지수다. 그렇지만 이번 23회가 성공적으로 진행된 만큼 차후에도 온라인 행사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눈치 채지 못한 새에 성큼 다가와버린 넷상 축제, 어쩌면 이번 부천국제만화축제로 우리는 미래의 문화생활의 프로토타입을 맛보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1] 부천과 앙굴렘 두 도시는 문화적 발전을 위해 지난 20201월 업무협약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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