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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1회 전주국제영화제 보고서 : 아쉽지만 이제는 새 시대를 준비할 때

김견강2020.12.01

* 본 글은 20208월에 진행된 인천대학교 지역인문정보융합연구소 주관 지역문화유산답사 당시 필자의 경험과 답사보고서 등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내용임을 밝힙니다.

 


(출처: http://www.jiff.or.kr/community/news/view.asp?idx=6169 )


- 들어가며: 제 21회 전주국제영화제(JEONJU intl. film festival) 행사정보

 

행사기간: 2020.5.28.()~9.20.() *코로나19의 여파로 올해는 장기 이벤트 및 온라인 중심으로 진행

장소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외(심사 목적 비공개 상영 등 오프라인 이벤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웨이브(wavve.com)’ (온라인 상영 이벤트)

주요 수상작가오 밍 <습한 계절>(국제경쟁 부문 대상), 김미조 <갈매기>신동민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이상 한국경쟁 부문 대상외 다수

(*참고http://www.jiff.or.kr/?mode=hide (전주국제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https://movie.naver.com/movie/bi/fi/prize.nhn?code=15&rnd=21 (전주국제영화제네이버 영화))

 

 

 

- 전주국제영화제: 한국을 대표하는 독립 영화들의 축제

 

자유·독립·소통을 슬로건으로 독립영화의 자립을 추구하는 국제 영화제

 

위 문구는 한국의 대표적인 국제 규모 영화제의 하나인 전주국제영화제의 대표적인 슬로건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국내외 영화계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흥행 목적의 상업 영화와는 대조되는, 독립 영화의 자유로운 표현 방식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것. 그리고 이를 만들고 대중에게 알리는 영화인들의 수고를 이해하며 이들에게 제작과정 안팎으로 도움을 주는 것. 이것이 전주국제영화제가 존재하며, 20년 동안 이어져온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 전주 영화의 거리, 코로나19올해는 잠시 쉬어갑니다

 

전주국제영화제를 대표하는 장소는 바로 전주 영화의 거리이다. 이곳에는 영화제의 중심이자 전주 지역 독립 영화에 관련한 대표적인 장소로 활약하는 전주영화제작소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을 중심으로, 현재 호남(전라도)지역의 유일한 향토 영화관인 전주시네마타운조이앤시네마를 비롯한 다양한 지역 영화관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1925제국관으로 시작해 오랫동안 전주 지역의 대표 영화관으로 이름을 떨친 전주극장80년대까지 또 다른 전주의 주요 극장이었던 백도극장의 옛 터 등, 20세기 초중반부터 우리나라의 주요 영화산업 도시로 발전해온 옛 전주의 흔적들 또한 영화의 거리의 중요한 요소로 볼 수 있다. 21세기 들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한 소위 멀티플렉스영화관들 또한 거리에 자리를 잡으면서, 현재는 지역 영화관의 향토적인 면과 대기업 주도 영화관의 현대적인 면을 두루 갖춘 다채로운 영화의 공간으로 발전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림 1) 전주 영화의 거리에 자리한 전주 극장사에 대한 안내문. 전주는 일제강점기인 1925년을 시작으로 여러 극장이 문을 열고 많은 영화인들이 이곳에 정착하면서, 한국 지역영화의 대표 도시로 우뚝 서게 된다. 아쉽게도 과거의 극장들은 현재 CGV와 같은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밀려 대개 문을 닫은 지 오래지만, 그럼에도 거리 곳곳에는 위와 같이 과거의 흔적이 조금씩 남아있다.

 

아쉽게도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온라인 이벤트 위주로 재편한 상태이다. 이러한 여파인지, 이번 답사 기간 내의 거리는 축제의 흔적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한산한 느낌이었다. 그저 영화제를 상징하는 빨간 기둥만이 서 있는 거리 그리고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영화관들만이 필자를 반겨주었기에 이 부분은 개인적인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림 2) 필자가 직접 촬영한 당시 영화의 거리 전경. 원래 같으면 영화제의 흔적이 남아있어야 할 장소가 허전해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해 영화제 대부분을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한 영향인 듯하다.




- 전주국제영화제의 획기적인 시도, 온라인 상영회

(참고: 김지예(2020.5.),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96편 안방에서 감상하세요’,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00521500041&wlog_tag3=naver)

 

비록 오프라인 행사의 비중이 줄어 아쉬움을 남겼지만, 그럼에도 콘텐츠의 양과 질에서 전혀 부족함을 보이지 않은 것이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돋보인 이벤트는 바로 온라인 상영회이다. 이는 국내에서 진행된 국제 영화제 중 최초의 사례이며, OTT1 플랫폼 웨이브와 협력하여 온라인 환경에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는 극장을 조성한 것이 특징이다. 2020528일부터 오픈한 온라인 상영회 덕분에 영화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이 행사장에 가지 않고도 실내에서 다양한 영화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필자는 아쉽게도 온라인 상영회를 직접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상영회와 비슷하게 전주국제영화제 공식 V LIVE2에도 간단한 상영작 발표 영상이 올라와 있었기에 이를 참고했다. 한국 여배우 최희서와 영화제 관계자들의 진행으로 이루어진 상영작 발표 프로그램은, 행사의 주요 상영작과 구성, 진행 방식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어 필자 또한 간접적으로나마 온라인 상영회의 분위기를 느끼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혹시 참고하고 싶어 할 독자들이 있을지도 몰라 링크를 남겨두겠다. https://www.vlive.tv/video/191753?channelCode=B4E949

 

(그림 3) 전주국제영화제 공식 V LIVE에 업로드되어 있는 영화제 상영작 발표 프로그램의 일부. 사실 영화제 상영작품을 비롯해 대부분의 콘텐츠는 웨이브에서 공개되어 필자가 접해보기는 어려웠는데, 이렇게 간접적으로나마 온라인 중심의 영화제를 느껴볼 수 있었던 점이 고무적이었다. (https://www.vlive.tv/video/191753?channelCode=B4E949에서 캡처)

 

 

 

- ‘포스트 코로나시대 영화제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다

 

전주국제영화제와 같은 오프라인 문화 행사에 있어, 최근 간과할 수 없는 사회적 이슈가 바로 201912월 중국에서 처음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의 확산이다. 코로나19는 이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증상과 감염 형세를 앞세워 기존의 오프라인 중심 문화 행사를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없도록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이에 문화계에서는 유튜브나 동영상 스트리밍(Streaming) 등을 활용한 온라인 중심의 이벤트 재편을 통해 갑작스런 사태에 대응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언택트(Untact)' 문화의 대두이다. 전주국제영화제 또한 이러한 흐름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주최 측은 올해 예정되어 있던 오프라인 일정을 경쟁 심사를 위한 상영회 제외 모두 취소했으며, 이를 OTT 플랫폼을 활용한 온라인 상영회 등으로 대체했다.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았던 이번 영화제는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유수의 영화제가 코로나19를 우려해 개최를 일찌감치 포기한 상황에서 최초로 개최된 국제영화제인만큼, 향후 각종 영화제의 이정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영화제들이 올해를 기점으로 위상의 변화를 겪으리라 예상하는데, 전주국제영화제 역시 지금까지 키워온 자산을 더욱 잘 다듬어 앞으로 더 좋은 영화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전주국제영화제 이준동 집행위원장)”

(*참고: 이지선(2020.9.), ‘114일 대장정 전주국제영화제, 코로나19 시대 영화제 '이정표' 제시했다’, https://www.news1.kr/articles/?4066805)

사실 기존의 활발한 오프라인 행사 분위기를 기대한 필자의 입장으로서는 이러한 영화제의 흐름 그리고 축제의 분위기로 들떠야 했던 전주 영화의 거리의 한산한 풍경이 아쉽기도 했다. 다만 이제는 더 이상 코로나 사태 이전의 문화 행사로 완전히 돌아가기는 어려울 수도 있기에, 코로나19의 확산 추세에 맞게 변화를 시도한 전주국제영화제 측의 행보가 필자에게는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 마치며: 이제는 문화계도 새로운 시대에 대비해야 할 때

 

새로운 전주국제영화제의 모습에 대해, 영화제를 주제로 한 간담회에 응해주신 한국외국어대학교의 곽효민 선생님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주국제영화제의 전망은 어떠할까라는 필자의 질문에 지금 당장은 정상적인 진행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2~3년 내로 이전의 영화제로 돌아올 것이라는 답변을 주셨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각계각층의 석학(碩學)들은 더 이상 인류는 코로나19 출현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하며 새로운 시대, 이른바 코로나 사피엔스시대를 주장하기도 한다. 확실히 이전에 당연한 듯이 즐겼던 오프라인에서의 교류가 지금은 굉장히 어려워지고 있다. 대중 간의 집단감염 위험 역시 언제든 도사리고 있기에 사람들은 온라인 클래스, 재택근무,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낯선 문화에 익숙해지는 중이다. 과연 문화계 이벤트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예외일까? 이미 전주국제영화제를 비롯한 많은 행사들이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었거나 바뀌고 있으며, 간신히 진행 중인 오프라인 행사에서도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게 하고 사회적 거리를 두기 위해 참여 인원을 제한시키는 등 자유로운 참여를 다소 통제하는 분위기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앞으로 2~3년 내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에 대비해 이제는 문화를 즐기는 방식 역시 시대의 변화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전술한 곽효민 선생님의 의견처럼 수 년 내로 다시 오프라인 중심의 행사로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에 완전히 반대하진 않는다. 다만 기존의 방식으로 돌아와도 과연 이전과 같은 대중들의 이벤트를 크고 작은 위험성 없이 소화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품는다. 코로나19로 인류의 생활 방식이 완전히 바뀌어가는 현재, 문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 또한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받아들이고 사람들이 감염병 등의 위험에서 벗어나 좀 더 안전하게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을 이어가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바이다.

 

 

 

김 견 강(v.tang3203@gmail.com)

 

 

 

 

1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2 브이 라이브, 네이버에서 서비스하는 글로벌 스타 인터넷 방송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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