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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부천만화축제 다녀왔습니다.

관리자2019.11.26

『제 22회 부천국제만화축제』

 

 

<제 22회 부천국제만화축제 행사 개요>

주제: 만화, 잇다

주최: 한국만화영상진흥원

개최장소: 한국만화박물관 및 부천영상단지

개최날짜: 2019.08.14.(수) ~ 2019.08.18.(일) - 5일간 (필자는 4일차(8/17) 하루 관람)

관람가능시간: 11:00 ~ 20:00 (이벤트 존 및 특별체험관은 21:00까지 운영)

입장료: 모든 연령 5000원

(참고: http://www.bicof.com/index_2019.asp)

 

 

 

 

 

이번 제 22회 부천국제만화축제는 “만화, 잇다”라는 주제로 행사가 진행되었다. 이번 슬로건의 “잇다“는 만화를 통해 세대, 팬과 작가, 꿈과 현실, 과거의 현재, 남과 북을 이어 준다는 의미와 해외로 확장되고 있는 웹툰을 통해 우리나라의 문화가 전 세계와 연결되고 있음을 뜻하며, 또, 만화를 통해 종교, 성별, 국가, 세대를 초월하여 연결함을 의미한다.

 

 

(사진: 부천국제만화축제의 현장)


 

부천만화축제는 만화(웹툰)의 가치 집중과 시민 단체 및 각 분야 예술 단체의 연계를 목표로 하여 진행되었다. 본 행사는 만화, 웹툰을 활용한 콘텐츠로 축제를 구성하여 만화가와 만화산업 종사자, 마니아, 그리고 일반 관람객들이 어우러져 축제를 즐기는 것을 취지로 하며, 관련된 전시 행사와 이벤트, 컨퍼런스가 개최되었고, 이외에도 '코스프레 퍼레이드', '애니사운드 페스티벌', '만화ost콘서트' 등 캐릭터, 애니메이션 관련 행사도 병행하여, 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왼쪽 사진: “만화마켓관”의 내부, 만화를 홍보하려는 출판사, 만화 관련 제품들을 판매하는 업체들의 부스들이 있었다 / 오른쪽 사진: “코스프레 퍼레이드” 행사에 참여하는 코스튬 플레이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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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프레에 치중된 행사에 대한 아쉬움

 

이번 행사에서는 박물관 내부를 비롯해 행사장 곳곳에서 코스튬플레이어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번 축제에서는 5일간 약 6000여명의 달하는 코스튬 플레이어가 참석했다. 매년 5000여명이 참석한다는 보도에 따르면 이번 축제는 그보다 1000여명가량 증가한 셈이다. 따라서 이번 행사에서는 행사장을 아우르는 ‘코스프레 퍼레이드’, 장기자랑인 ‘나도 오덕스타’ 등 코스프레와 관련된 행사가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이번 행사에서는 팸플릿이나 행사장 곳곳에 '코스튬 플레이어의 사진 촬영 시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안내 문구를 배치하는 등 코스튬 플레이어와 관람객 간의 에티켓을 개선했다. 실제로 아이를 동반한 아이의 부모님이나 캐릭터를 좋아하는 일반 관람객들이 이를 지켜 사전 동의를 구해 사진을 찍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일반 관람객들도 직접 코스튬 플레이어들을 만나볼 수 있었고 코스튬플레이어도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로 사람들 앞에서 코스프레를 선보일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이번 행사가 코스프레에 치중되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필자를 포함하여 동행한 코이 임원들은 만화축제가 코스프레의 행사에 집중되어 있고, 어린이와 코스튬 플레이어를 위한 행사 이외의 웹툰과 만화와 관련된 콘텐츠와 볼거리가 적다고 느꼈다.

 

 

상설전시관에 전시된 한국 만화의 역사나 웹툰 작가의 실제 디지털 작업 과정을 볼 수 있는 '만화가의 머릿속' 등 한국만화박물관에 존재한 대부분의 콘텐츠들은 이번 행사와 상관없이 상시로 볼 수 있는 전시물이었다. 실제 이번 행사의 주제 '만화, 잇다'에 맞는 기획전시물은 한국만화박물관의 제 1,2 기획전시실에서 조그맣게 이루어졌는데, 규모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대략 8분 정도면 모든 전시물을 다 볼 수 있을 정도였다. 「한국만화박물관」로비에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수상작이나 2020년 ICC 개최 예정지인 중국 랑팡시를 소개하는 전시가 이루어졌으나, 많은 코스튬 플레이어가 로비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시 공간이 대부분 가려져서 관람하기 쉽지 않았고, 그냥 스쳐지나가기 쉬웠다.

 

(중국 랑팡시 소개 전시와 한국만화박물관 로비를 채운 많은 코스튬 플레이어들

사진 출처: https://blog.naver.com/reporter_gg/221630199454)

 

 

또한 작가의 사인회나 컨퍼런스, 박물관에 있는 상영관 등의 각종 프로그램은 요일에 따라 달라지고 시간도 정해져있어서 제대로 관람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필자가 방문한 날짜는 8월 17일 토요일인 주말이었기에 로비와 코스튬 행사장에 코스튬 플레이어들과 일반 관람객이 넘쳐났지만 정작 이번 행사와 관련된 전시물이 존재하는 한국만화박물관 제 1,2 기획 전시실에는 불과 5~6명의 사람들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히려 이번 행사와는 상관없는 한국만화박물관의 상설전시관이나 만화 ‧ 영상 열람실과 같은 장소에 있었다. 그래서 실제 방문했을 때의 느낌은 부천만화축제가 아닌 한국만화박물관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고, 오히려 메인 행사는 코스튬 플레이어들이 지인들을 만나고 교류하기 위해 모이는 만남의 장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왼쪽 사진은 제 1기획전시실에 전시된 『송곳』이고, 오른쪽 사진은 한국만화박물관의 상설 전시관의 전시물이다. 이번 행사와 관련된 전시물인 『송곳』쪽보다 상설전시관쪽의 관람객이 월등히 많았다.)

 


-불매 운동과 문화교류 사이에서의 부천국제만화축제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자국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첨단기술‧부품 등을 수출할 때, 수출 허가 절차 등에서 간소화 혜택을 적용하는 국가 목록) 배제와 한일 간의 갈등의 심화로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NO JAPAN”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불매운동에 동조하며 일본제품의 소비 및 관광을 자제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런 상황에 이번 제 22회 부천국제만화축제는 역대 행사 기간과 비슷한 시기인 8월, 광복절을 포함하여 실시되었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는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었다. 실제로 GICOF(경기국제코스프레페스티벌)×애니 사운드 페스티벌'에 일본인 관계자의 출연이 예정되어있다는 소식을 들은 일부 시민 단체의 반발이 있었다. 부천국제만화축제 측에서는 ‘만화 산업에서 일본과의 문화 교류는 배제할 수 없고, 민감한 내용이 들어가지 않으므로 기존 계획대로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의견을 내세웠으나​, 이번 행사를 앞두고 8월 7일 ‘애니사운드페스티벌 23회가 현 시국에 따른 운영주체의 판단으로 인하여 에이사운드 자체행사로 변경되었습니다.’라는 공지가 올라오게 되어 부천국제만화축제 공식 일정에서 빠지게 되었다. 그렇지만 실제 행사장에는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코스프레한 코스튬 플레이어들을 많이 볼 수 있었고, 관련 행사인 ‘만화OST콘서트(행사장에서 일본어 주제곡을 틀고 춤을 추는 행사)’를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었다.

 

최근에는 불매 운동이 문화계까지 확산되어, 일본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의 개봉을 무기한 연기하거나, 아예 이를 소비하지 말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런 점들을 생각하며 이번 행사를 바라보니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의 코스튬을 보면서 사회 분위기가 반일 감정으로 격해진 만큼 해당 작품의 코스튬 플레이어들에게 비난이 쏟아지지 않을까 걱정이 드는 한편, ‘그렇다면 정치적인 사정으로 일부 사람들은 좋아하는 대중문화가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그들이 관련 문화를 즐기고 향유하는 공간을 없애는 것이 옳은 것일까?’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한일 양국의 외교 문제 등으로 민감한 지금, 정치와 문화는 분리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하나로 보아야 하는가. 섣불리 답을 내기엔 어려운 문제이다. 하지만 이번 부천국제만화축제의 사례를 보아 앞으로 한일갈등이 계속 진행된다면 이와 같은 문제에 직면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한일 사이의 문화교류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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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부천국제만화축제를 다녀온 코이 멤버의 감상평

 

 

부천국제만화축제는 ‘만화’라는 하나의 콘텐츠를 가지고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처음 축제장 입구를 들어설 때만 해도 가족단위의 관객들이나 서클 회원들이 모여 다니면서 이런저런 체험부스를 즐기는 모습을 보고 그저 가볍게 즐기는 축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박물관 전시관 쪽으로 가보니 의외로 전시물과 설명들을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는 이들이 많았다. 전시물에 붙은 설명문에 파고들 듯이 집중하는 그 모습들은 만화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 하는 그들의 열정을 보여주는 듯해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또,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의 헤어스타일이나 복장을 따라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줌으로써 그 즐거움을 공유하는 코스튬 플레이어(약칭 ‘코스어’)들도 있었다. 나루토의 ‘사쿠라’, 도쿄 구울의 ‘카네키 켄’ 등 지금은 완결이 나서 더 이상 볼 수 없었던 일본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들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어 정말 반가웠다. 그뿐만 아니라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 등의 미국 유명 코믹스 속 주인공들도 있었으며, ‘하쿠레이 레이무’, ‘하츠네 미쿠’ 등의 동인게임 캐릭터나 보컬로이드 캐릭터까지 더해 다양한 장르의 캐릭터들이 축제 속에 어우러져 있었다.

 

또한 한국의 노동자 문제(만화 ‘송곳’)나 일제의 만행과 수탈(만화 ‘곱게 자란 자식’)등 심각한 사회적 이슈들을 만화를 통해 알기 쉽게 나타내어 폭넓은 연령층에게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려는 작가들의 활동도 볼 수 있었다. 제1기획전시실에 가보니 2018 부천만화대상 수상작 ‘송곳’이 <송곳-삶을 잇다>라는 타이틀로 전시되어 있어 작품의 대략적인 정보와 주요 부분들을 한눈에 볼 수 있었으며, 박물관 1층 로비 전시에는 이번 2019 부천만화대상 수상작 ‘곱게 자란 자식’에 대한 간략한 알림도 볼 수 있었다. 그 밖에 자신들이 출판하는 만화를 홍보하려는 출판사, 만화 관련 제품들(드로잉 태블릿, VR 독서 기기 등)을 판매하는 업체들도 있었다.

 

이렇듯 각자 목적은 다르지만, 만화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한자리에 모임으로써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 내는 모습이 나에게는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러한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소통을 함으로써 이전까지 본인이 만화라는 콘텐츠를 어떻게 즐기고 있었는지를 돌이켜보고, 이후에는 또 어떤 형태로 즐길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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