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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빵이 만들어내는 노스텔지어 (Part 1)

1. 2022년에 시작된 포켓몬 빵의 대유행

 

2022, SPC삼립사에서 포켓몬 빵을 16년 만에 출시했다.1) 포켓몬 빵과 같은 캐릭터 상품은 대한민국에 수십 년에 걸쳐 꾸준히 존재해왔기 때문에 이 등장 자체는 별로 돋보일만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출시된 포켓몬 빵이 어마어마한 유행을 타게 된다. 재고가 입고한 즉시 계속해서 품절이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유행을 시작하게 된 여러 가지 사회적 현상을 일으키게 되며 ‘2022년 포켓몬 빵 대유행이라는 시대를 대표하는 하나의 신드롬으로 취급받게 되었다.2)

 

하지만 2022년에 유행한 포켓몬 빵의 유행과 거의 유사한 포켓몬 빵의 유행이 2000년대 전후에 존재했다(이하 1차 포켓몬 빵 유행)3). 위 두 유행을 바라보며, 2022년에 시작된 포켓몬 빵의 유행(이하 2차 포켓몬 빵 유행)이 당시에 존재했던 1차 포켓몬 빵 유행과 유사한 과정, 원리로 진행되었다고 유추할 수 있으나, 그때의 유행과 지금의 유행은 다른 형상을 가지고 있다. 1차 포켓몬 빵의 유행은 당시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가 방영 및 인기를 끌면서 시작했다.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가 어린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자 1999, SPC 삼립사는 포켓몬스터에 등장하는 동물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 포켓몬을 필두로 내세운 포켓몬 빵을 출시했다. 이때, SPC삼립사는 단순히 빵의 봉지에 캐릭터를 붙이는 것에서 더 나아가, 당시 개발 중이던 띠부띠부씰이라는 이름의 스티커를 제품 내에 동봉하는 것으로, 포켓몬 캐릭터를 좋아하는 어린이, 청소년들의 소집욕을 자극했다. 그 결과, 포켓몬 빵은 당시에 신드롬이라고 할 정도로 놀라운 판매량을 기록하였고, 수많은 어린이, 청소년들이 포켓몬 스티커를 수집하기 위해 포켓몬 빵을 먹었다.4) 하지만 이로 인해 포켓몬 빵 품귀현상이 일어나거나, 포켓몬 빵을 산 후 스티커만 가지고 빵을 버리는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 현상이 등장하기도 했다.5) 

 

 


                              그림 1. 2022년 포켓몬 빵 2차 유행이 시작된 이후로도 포켓몬 빵을 산 뒤, 스티커만 챙기고 빵을 버리는 사람들그 때문에 위와 같이 낭비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박수현, 같은 한국 맞나배 곯아 음식 훔치는 사람, 포켓몬빵 버리는 MZ세대”,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2040414240041502)

 

 

1차 포켓몬 빵 유행 역시, 포켓몬 빵의 유행은 여러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신드롬적 유행이었던 것이다. 이때, 1차 포켓몬 빵 유행 당시에 일어났던 사회적 문제들을 바라보면 현재 진행되는 포켓몬 빵 유행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현상들만 바라보았을 때, 1차 포켓몬 빵 유행 현상은 2022년에 일어나고 있는 2차 포켓몬 빵 유행 현상과 행위적으로는 상당히 유사해 보이기 때문에, 1차 포켓몬 빵 유행과 2차 포켓몬 빵 유행이 같은 유행이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1차 포켓몬 빵 유행과 2차 포켓몬 빵 유행 사이에서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2. 어른을 위한 포켓몬 빵

 

1차 유행 당시에 포켓몬 빵의 소비자층은 대체로 어린이, 청소년들이었다. 포켓몬 빵은 당시 유행하는 애니메이션의 인기를 이용해,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포켓몬 캐릭터를 주력으로 내세운 다음 애니메이션을 주로 시청하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표적으로 마케팅을 펼친 단순한 캐릭터 상품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 없이도 포켓몬 빵이 유행할 수 있었다고는 절대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1차 포켓몬 유행은 포켓몬 캐릭터의 인기 아래에서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차 포켓몬 유행의 경우는 다르다. 2022년에 재출시된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한 상품이 아닌, 2000년대에 포켓몬스터 빵 및 띠부띠부씰의 유행을 경험했던 현재 2, 30대 세대의 추억, 회상을 노리고 만들어진 상품이기 때문이다. 재출시된 포켓몬 빵이 2, 30대를 겨냥한 상품이라는 근거로, 포켓몬 빵의 제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포켓몬 빵 상품을 살펴보면 돌아온 고오스의 초코케익’, ‘돌아온 로켓단 초코롤과 같은 이름을 가진 빵을 볼 수 있다. 이 빵들에는 돌아온이라는 접두사가 붙어있는데, 이는 상품이 새로운 것이 아닌 이미 나왔었던 상품을 재출시한 상품이며, 이 맛을 아는 사람들을 위한 상품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 2. 삼립에서 2022년에 재출시한 포켓몬 빵을 보면, ‘돌아온이라는 접두사가 붙어있는 경우가 많다

                                                            (삼립SPC, “삼립 돌아온 포켓몬빵 혼합구성 1110”, https://brand.naver.com/samlip/products/7503282168)

 

 

아마 맛을 위해 이 빵을 사는 사람들은 대체로, 1차 포켓몬 빵 유행 당시에 존재했던 포켓몬 빵의 맛을 기대하고 빵을 먹게 될 것이다. 그밖에도, 포켓몬 빵 내부에 들어있던 스티커의 종류 역시 이를 뒷받침해주는 근거 중 하나이다. 새로 출시된 포켓몬 빵의 스티커에 등장하는 포켓몬의 종류가 251종이기 때문이다.6) 현재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하는 포켓몬의 종류는 총 1008마리이다. 포켓몬 빵의 스티커에 등장하는 포켓몬의 수는 전체 포켓몬과 비교하면 일부라고 할 수 있다. 삼립 SPC 사가 일부의 포켓몬을 선정한 기준은 간단하다. 2000년대 중반까지 유행했었던 당시의 포켓몬 빵에 등장하던 스티커만을 그대로 출시한 것이다. 이는 지금 방영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에는 잘 나오지 않는 포켓몬들로, 근래의 아이들에게는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어려울 것이다. 반면에 1차 포켓몬 빵 유행 당시에 포켓몬 애니메이션을 시청하거나, 포켓몬 스티커를 수집한 사람들은 오히려 그 이후에 나온 포켓몬들을 이질적으로 생각할 것이며, 당시에 존재했던 포켓몬에게 익숙한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렇게 새롭게 출시된 포켓몬 빵에 공감대가 형성되는 세대를 통해, SPC 삼립사는 출시할 때부터 아이들이 아닌 어른들을 대상으로 포켓몬 빵을 팔 계획이었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실제로 이는 상당히 날카로운 선택이 되었다. SPC 삼립사의 계획대로, 포켓몬 빵과 동봉된 띠부띠부씰은 굉장한 인기를 끌게 되었고, 앞서 서술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만들며, 세간의 이목이 쏠리는 하나의 신드롬으로 자리 잡았다. 회사에 입장에서는 굉장한 이득을 가지고 온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가지 의심을 품을 수 있다. 복고상품은 어째서 대기업이 이런 타겟화 상품을 만들 정도로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며 유행하는 것인가? 필자는 이에 대한 해답으로, 노스텔지어 현상을 내세우려고 한다.

 

3. 노스텔지어 현상이란?

 

노스텔지어(Nostalgia)는 과거에 대해 생각할 때 느끼는 슬픔 또는 기쁨의 감정을 뜻하는 단어이다.​7) 타 학자들의 노스텔지어에 대한 연구를 살펴보면, 노스텔지어에 대해 대상, 장면, 냄새 또는 음악에 의해 촉진되는 동경의 기분이다(Belk, 1990). 어린 시절에 대한 이상화된 버전의 개인적 열망의 정서 상태이다(Stern, 1992). 과거의 경험, 제품 또는 서비스에 대한 감상적이고, 열망이다(Baker 도시재생 지역의 문화 향수, 체험, 문화기억, 행위 의도 간의 인과관계 309 & Kennedy, 1994). 또한 과거와 연계된 유형 또는 무형의 소유물과 활동에 대한 애호도는 과거에 대한 회상(Sierra & McQuitty, 2007) 등으로 노스텔지어의 의미에 대해서 다양하게 설명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8) 일반적으로 시각, 미각, 청각 등 오감이라고 불리는 감각을 넘어, 행위에 대한 기억 역시 노스텔지어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때, 2차 포켓몬 유행을 보면 포켓몬 빵 속에 이런 노스텔지어를 자극하는 요소를 다수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포켓몬 빵을 통해 사람들은 1차 포켓몬 유행에 유행했었던 포켓몬 빵의 모습, 그 빵을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산다는 행위, 포켓몬 빵이 지닌 맛, 포켓몬 스티커를 모으는 행위 등을 즐길 수 있다. 변형되지 않고 1차 포켓몬 빵 유행 당시 경험할 수 있었던 여러 감각적, 행위적 요소를 그 시절 그때처럼, 그대로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포켓몬 빵의 가격이 대폭 변화하긴 했지만, 그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1차 포켓몬 빵 유행 당시, 학생이었던 사람들은 2차 포켓몬 빵 유행이 진행되는 지금, 대부분 직업을 갖추고 경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때, 1000원대의 포켓몬 빵의 가격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학생 시절의 500원보다 더욱 싸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근래의 마케팅 시장을 살펴보면, 포켓몬 빵 외에도 소비자들의 노스텔지어를 자극하는 복고상품이 굉장히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노스탤지어는 사라진 것 혹은 상실된 것에 대한 그리움의 감정이며, 기억을 통한 이 감정 행위는 단순히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 아닌 상실감의 위기에 대해 연속성을 확보하려는 정서적 반응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노스텔지어가 생성된다는 것은 상실감과 위기감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추구하려는 대중적 감정이 반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현재 노스텔지어를 자극하는 복고상품이 다수 등장한다는 것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대중들이 일상 속에서 상실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고 유추할 수 있다.9) 

 

4. 코로나 시대 속 상실감의 형성 


대중들이 상실감을 느끼는 이유는 시간에 흐름에 따른 사회상의 변화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 들어와 많은 과학적 요소들이 자연적 요소들을 대신해 사람들이 점유하는 환경 속에 자리 잡았고, 인간에게 직접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은 산업화된 환경이 되었다. 이때, 산업적 환경 내에서는 대부분이 사물이 정적인 요소로 구성되어 있으며, 정적인 사물들 사이에서 사람은 자아를 형성하는 것에 있어 큰 혼란을 겪게 된다.10) 이런 혼란들이 대중의 자아 속에서 상실감을 형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 사회는 점점 더 산업화 되고, 기계화되며 허구화되어 가고 있다. 이런 흐름이 지속된다면,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상실감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 외에도, 불안한 시대상 역시 상실감을 형성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일본의 경우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잃어버린 20, 30년이 지속되는 동안, 국가의 성장이 멈추고, 대중들이 정체된 경제 속에서 살게 되었다. 이혜진(2019)은 그 과정 속에서 대중의 노스텔지어를 자극한 복고풍 드라마가, 국민의 유대감을 형성하며, 대중적 욕망을 충족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11) 불안한 사회상이 대중들에게 상실감을 형성하며, 복고 드라마를 통해 대중들이 과거에 대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감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한국의 현대 사회상 역시 불안한 측면이 강하게 노출되어 있다. 국민들의 전반적인 생활 수준은 나아지고 있을지 몰라도, 고용시장의 불안정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로 인해 예측할 수 없는 미래가치 등이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 2019년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 19로 인해 사람들의 불안감을 더욱 증대시켰고, 이는 더욱 큰 상실감을 형성하는 데에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 이 과정 속에서 대중들은 방대한 상실감으로 인한 노스텔지어를 가지게 되었고, 노스텔지어적 수요를 간파한 SPC 삼립사에서 2022년 지금 노스텔지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겨냥한 상품을 냈다고 할 수 있다. 그 겨냥이 정확히 들어맞았기 때문에 현재 2022, 새로운 포켓몬 빵 신드롬이 재시작되며, 포켓몬 빵이 대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5. 왜 하필 포켓몬 빵이었을까?


그렇다면, 왜 하필 포켓몬 빵이었을까? 포켓몬 빵 이외에 과거 회상의 대상이 되는 물건 및 현상이 다수 존재하며, 앞서 서술한 것과 마찬가지로 실제로 노스텔지어를 형성하고 있는 많은 상품이 시장으로 나와 있다. 이런 노스텔지어를 형성하는 복고풍의 상품은 최근에 등장한 것이 아니며, 상당히 오래전부터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다. 소소한 성공을 거둔 상품이 다수 존재하며, 그 성공을 벤치마킹 삼은 다양한 상품들이 더욱 많이 출시되어, 현재의 시장에는 수많은 복고풍의 상품들이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포켓몬 빵과 같이 이렇게 큰 규모의 유행을 만들어낸 복고풍의 상품은 전무하다. 이에 다른 복고 상품이 가지고 있지 않은 포켓몬 빵만의 매력, 특징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다. 필자는 다른 복고 상품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포켓몬 빵만의 장점은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했다.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 속 시나리오 속에서 사람들의 상실감을 자극하는 요소가 존재하며, 그것이 포켓몬 빵 대 유행을 이끌어냈다는 가설이다. 그 가설에 대해서는 이어질 글에서 더 자세히 서술해보도록 하겠다.

 

 

 

1) SPC 삼립사에서 포켓몬 빵을 출시한 것이 2006년도 이후, 16년 만이라는 이야기이다. 2006~2022년에 해당하는 기간 SPC 삼립사가 아닌 다른 여러 회사에서 포켓몬 빵을 만든 적은 여러 번 존재했다.

2) 포켓몬 빵이 대유행을 일으키며, SPC 삼립사의 경제적 흥행뿐만 아니라, 포켓몬 빵의 품귀현상으로 인해 편의점에서 새벽부터 줄을 서는 현상이나, 포켓몬 빵을 비싼 가격으로 되파는 사건, 편의점 점원이 포켓몬 빵의 재고를 빼돌리는 사건 등 사회적 이슈가 나타나며, 포켓몬 빵에 대한 여러 기사 및 풍자가 나타나게 되었다데일리안 뉴스, "포켓몬빵 신제품 출시 하루 만에 중고시장에 2만원대 '되팔렘' 등장", (url : https://m.dailian.co.kr/news/view/1101194). (검색일 : 2023.2.1.)

3) 1999년부터~2006년까지 진행되었다.

4) 권용근, 2000, "[식품업체의 동향] 포켓몬스터 캐릭터를 이용한 빵의 마케팅 전략", 식품산업과 영양, 5(1), pp. 69-70.

5) 당시는 1997년에 시작되었던 IMF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였기에, 빵을 버리는 낭비적 행동은 지금보다 큰 사회적 문제로 다가왔다.

6) 나중에 24종이 추가되어 정확히는 275(251+24)개가 되었다.

7) Cambridge dictionary, Nostalgia, https://dictionary.cambridge.org/ko/%EC%82%AC%EC%A0%84/%EC%98%81%EC%96%B4/nostalgia (검색일 : 2022.12.21.)

8) 이정은, 2021, "도시재생 지역의 문화 향수, 체험, 문화기억, 행위 의도 간의 인과관계.", Tourism Research, 46(2), pp. 308-309.

9) 우미영, 2012, "문화적 기억과 역사적 장소", 국어국문학, 161, pp. 497-498.

10) 전병기, 2002, "율곡의 擊蒙과 화이트헤드의 파악-현대인의 자기원인 상실에 대한 원인 분석과 대안.", 동서정신과학, 5(2), pp. 134-135.

11) 이혜진. 2019, "전후 일본 고도경제성장의 성공 스토리와 테크노크라트의 유산 : 일본 드라마 관료들의 여름(官僚たちの)(2009)을 중심으로", 스토리앤이미지텔링, 18, pp. 169-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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