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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O <웃세와うっせわ>로 말하는 청소년 블루

김민서2022.01.08

 ADO <웃세와うっせわ>로 말하는 청소년 블루


작성자 김민서

 

<이 시대의 청소년> 

 

21세기에 접어들며 모든 사회에서 청소년들은 다양한 이유를 들어 위기에 놓여있다. 일본의 청소년 자살률은 해가 갈수록 늘어가고 있으며, OECD 회원국 행복지수 또한 하위권에 해당한다. 청소년 범죄 또한 계속해서 발생하며, 이러한 문제는 비단 단발적인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전의 질풍노도의 시기로 규정되던 청소년 세대는 이제 2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청소년의 방황과 혼란의 시기를 이해하려 하지 않은 채 책임을 그들에게 넘기려고 하고 있다. 질풍노도(疾風怒濤) , 바람과 물결의 기세에 비유해 불안한 청소년 시기를 말하던 단어와 달리 중2(中二病)은 사춘기 시기의 청소년들의 행동을 마치 병적인 것으로 바라보며 멸칭으로 사용되고 있다.​1 이러한 사회적 풍조가 유행하며 청소년들은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받지 못하며 결국 사회와 청소년 사이의 관계 단절을 야기시키고 있다.​2



 

<사진 1, 일본의 시대연령별 자살사망률 그래프>​3

 

 

2병이라는 단어가 처음 사용된 일본에서는 이러한 청소년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미디어 매체가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다.

본고에서는 그러한 미디어 매체 중에서도 실제 육신을 가진 사람이 아닌, 목소리와 캐릭터성만으로 이루어진 일본의 가상 아이돌 보컬로이드카가미네 린(鏡音リン)의 일본 교육 체제를 비판하는 곡 '로스트원의 호곡(ロストワンの号哭)'과 가수 ADO의 사회에 대한 불신을 가사로 한 '웃세와(うっせわ)'(이하 웃세와)를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보컬로이드는 일본의 기업 YAMAHA에서 제작된 음성 합성 엔진 소프트웨어로, 목소리마다 독자적인 이미지 캐릭터가 존재한다. 이러한 보컬로이드의 목소리는 실제 사람이 직접 녹음한 것으로, 이를 데이터화 하여 '조교'라는 작업을 통해 음표 정보에 따라 합성 엔진에서 곡을 생성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음절 단위로 목소리를 세분화시켜 가변하는 것이므로 대부분 오토튠과 같은 느낌이 나며, 사람으로서는 내기 힘든 속도와 피치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로스트원의 호곡을 부른 카가미네 린 또한 해당 소프트웨어의 캐릭터 중 하나로, 어린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다.


 

카가미네 린·렌

<사진 2, 보컬로이드 카가미네 린(오른쪽), 렌(왼쪽)>

 





<로스트원의 호곡>


Neru 로스트 원의 호곡 



2013, neru에 의해 만들어진 로스트원의 호곡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으며 곡을 투고한 지 이틀 만에 재생 수 10만을 돌파하였으며, 2021 8월을 기준으로 800만을 달성하였다. 빠르고 강렬한 멜로디를 사용하였으며, 곡의 가사는 틀에 박힌 일본의 교육 체제에서 고통받는 학생을 그리고 있다.



 

数学と理科は好きですが 国語がどうもダメで嫌いでした

(수학과 과학은 좋아하지만 국어는 너무 못해서 싫어했습니다)

正しいのがどれか悩んでいりゃ どれも不正解というオチでした

(옳은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도 모두 정답이 아니었습니다)


 

수학과 과학은 좋아하지만, 국어는 싫어한다는 주인공은 전형적인 이과생으로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음으로 나오는 가사를 살펴보면 단순히 문이과의 경계를 나누는 내용이 아님을 알 수 있다.

 



本日の 宿題は 無個性な 僕のこと

(오늘의 숙제는 무개성한 나에 대해)

過不足無い 不自由無い 最近に 生きていて

(부족함없이, 자유롭게 지금을 살아가고 있어)

でもどうして 僕達は 時々に いや毎日

(하지만 어째서 우리는 때때로 아니 매일)

悲しいって言うんだ 淋しいって言うんだ

(슬프다고 하는 거야 외롭다고 하는 거야)



 

이후 등장하는 가사에서 주인공은 자신() '무개성'한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다. 여기서 음악의 제목을 다시 확인하자면, Lost one, 즉 길을 잃은 자를 뜻한다. 주인공은 집단 내에서 존재할 자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청소년을 의미하며, 환경에 의해 개성을 잃고 자신의 의견마저 잃은 존재이다. 따라서 간단한 국어 문제에 조차 자신의 답을 말하지 못하는 Lost one이 되고 만 것이다.



그렇다면 주인공이 이 곡을 부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面積比の公式言えますか 子供の時の夢は言えますか

(면적비 공식을 말할 수 있습니까? 아이의 꿈을 말할 수 있습니까?)

その夢すら溝に捨てたのは おい誰なんだよ もう知ってんだろ

(그 꿈조차 도랑에 버려버린 건 누구야 이제 알고 있잖아)

いつになりゃ大人になれますか そもそも大人とは一体全体何ですか

(언제가 돼야 어른이 될 수 있나요? 애초에 어른이란 대체 뭔가요?)

どなたに伺えばいいんですか おいどうすんだよ もうどうだっていいや

(누구에게 물어야 하나요? 어떡할 거야? 이제 아무래도 좋아)



 

그 이유를 찾기 위해 다음의 가사에서 주목할 점은 '어릴 적의 꿈'이다. 과거, 주인공에게는 ''이 존재했다. 그러나 어떠한 이유가 원인으로 그 꿈을 버리게 되었으며, 그 원인이 된 자가 누구인지를 추궁하고 있다. 다시 처음의 가사로 돌아가보자.



 

刃渡り数センチの不信感が 挙げ句の果て静脈を刺しちゃって

(칼날 몇 센치의 불신감이 결국 정맥을 찔러버려서)

病弱な愛が飛び出すもんで レスポールさえも凶器に変えてしまいました

(병약한 사랑이 튀어나와 레스폴마저도 흉기가 되어버렸습니다)




가사에 등장하는 '레스폴' 1952년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깁슨 사의 기타 모델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일렉트릭 기타를 의미한다. 주인공이 꿈꾸던 미래는 이 레스폴을 사용하는 직업이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꿈을 위한 도구였던 기타는 이윽고 흉기가 되었고, 그 이유는 사회의, 특히 어른들에 대한 불신감으로 인해 상처 받은 일에서 비롯되었다. 곡은 끝까지 올바른 어른이란 어떤 사람인지를 묻는다. 청소년 시기의 방황에 놓인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어른이란 무엇인지를.

이렇듯 로스트원의 호곡은 심화된 경쟁사회에서 학생들이 교실 내에서 느껴야 하는 스트레스를 담은 곡이다. 혹자는 이 곡을 두고 '2병스러운' 노래라는 말을 하지만, 실제로는 빠른 속도로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으며 8년이 지난 지금에도 하위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청소년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노래로 알려져 있다. 이후로도 청소년의 고민을 담은 곡들은 꾸준히 생산되었으나, 작년 2020년 발매된 ADO의 웃세와는 로스트원의 호곡 이상의 인기와 공감을 얻으며 젊은 유저층이 주를 이루는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강세를 보였다.





<웃세와>




웃세와 역시 사회에 대한 불신과 비판을 다룬 곡으로, 발매 4개월 만에 유튜브 조회수가 1억을 돌파하는 기록을 보여주었다

웃세와의 가사는 마치 화자가 성인, 특히 사회 생활을 하고 있는 회사원으로 보이지만, MV를 보면 평범한 성인이 평소에 입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세라복을 입고 있다. 이로 미루어 보아 필자는 노래의 주인공이 아직 교복을 입는 나이의 청소년이며, 사회에 대한 막연한 불만을 가지고 그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주인공은 어떤 인물일까?



 

ちっちゃな頃から優等生 気づいたら大人になっていた

(어릴 때부터 우등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른이 되어있었어)

ナイフの様な思考回路 持ち合わせる訳もなく

(나이프 같은 사고회로를 가지고 있지도 않아)

でも遊び足りない 何か足りない 困っちまうこれは誰かのせい

(하지만 놀음이 부족해 무언가 부족해 난감하네 이건 누군가의 탓)

あてもなくただ混乱するエイデイ

(정처없이 그저 혼란스러운 A DAY)



 

화자는 한 마디로 우등생이라고 할 수 있다. 길을 벗어난 경험은 없으며, 착실하게 살아온 인물이다. 그러나 내면으로는 그러한 자신에 대한 혼란을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인물이다.

 



それもそっか 最新の流行は当然の把握

(그것도 그런가 최신 유행은 당연히 파악)

経済の動向も通勤時チェック 純情な精神で入社しワーク

(경제 동향도 출근하며 체크 순진한 정신으로 입사해 work)

社会人じゃ当然のルールです

(사회인이라면 당연한 룰입니다)

(중략)

クソだりぃな 酒が空いたグラスあれば直ぐに注ぎなさい

(빌어먹을 술이 비었다면 바로 잔을 채워라)

皆がつまみ易いように串外しなさい 会計や注文は先陣を切る

(다들 먹기 편하게 꼬치를 빼 계산이나 주문은 먼저 끝내)

不文律最低限のマナーです

(불문율 최소한의 매너입니다)

 



사회인이 된 주인공은 당연한 상식이라고 불리는 행동을 따르며 술이 비면 잔을 채우고, 다른 사람들이 먹기 좋게 안주를 정리하며, 계산과 주문은 먼저하는 것이 예의라는 사회의 불문율에 대해 말한다. 아마 주인공 또한 한동안 이 규칙을 지키며 사회생활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된다. 그러나 다음에 나오는 가사를 보면 이 의미없이 이어지는 규칙에 불만을 가지고 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はぁ?うっせぇうっせぇうっせぇわ あなたが思うより健康です

(? 시끄러워 시끄러워 시끄러워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건강해요)

一切合切凡庸な あなたじゃ分からないかもね

(하나부터 열까지 평범한 당신은 모르겠지만)

嗚呼よく似合う その可もなく不可もないメロディー

(아아 잘 어울리네 그 되먹지도 못한 멜로디)

うっせぇうっせぇうっせぇわ 頭の出来が違うので問題はナシ

(시끄러워 시끄러워 시끄러워 지능이 다르니 문제는 없어)

(중략)

つっても私模範人間 殴ったりするのはノーセンキュー

(그래도 전 모범인간이라 때리거나 하는 건 사양할게요)

だったら言葉の銃口を その頭に突きつけて撃てば

(그럼 언어의 총구를 그 머리에 들이대고 쏘면)

マジヤバない?止まれやしない

(진짜 대박이지? 멈추질 않아)



 

주인공은 사회의 룰을 따르는 타인, 즉 일반적인 회사원 등의 사회인을 모두 평범한 사람으로 규정하며 자신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을 자신보다 뒤떨어진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한 다음 가사에서는 다시 자신은 모범적인사람이며, 그렇기에 폭력으로써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않고 언어를 통해 의견을 말하는 것이라는 가사가 나온다. 필자는 이 가사를 보며 주인공이 청소년일 것이라는 추측에 더욱 힘을 실었다. 자신을 타인과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다른 사람은 하위의 인간이며, 더 나은 본인이 그 상대를 봐주고 있다는 우월감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는 대개 청소년 시기, 특히 사춘기 시기의 청소년에게서 자주 등장하는 패턴이기에 주인공이 사회 생활을 시작하지 않고 여기 저기에서 들은 정보를 바탕으로 사회에 대한 막연한 반항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더욱 강한 어조로 자신이 바라는 인생의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주인공의 의지가 엿보인다.



 

로스트원의 호곡과 웃세와 현 시대의 젊은이들, 특히 청소년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 시기에 찾아오는 갑작스러운 변화와 감정 기복에 적응하지 못한 채 과도한 학습과 경쟁 구도 안에서 개인의 감정과 일상이 무시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또한 그에 더해 청소년을 전부 일반화, 집단화하는 표현의 유행으로 인해 청소년 개인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성찰할 시간을 가지지도 못한 채 외부가 정해둔 이미지 안에 스스로를 가두게 된다. 마치 웃세와의 주인공과 같은 상황이다. 그들은 틀에서 벗어나는 즉시 사회가 만들어 둔 반항아’, ‘2등의 이름으로 불리며 조롱받고 혐오당하기에 사회에서 만들어 둔 룰을 필사적으로 지키게 된다.

그러나 2은 실체 없는 망령이 아니다. 청소년기의 혼란은 어느 세대가 그러하듯 지속되어 왔다. 세대 간의 절단, 미디어를 통한 편견이 계속된다면 이후로도 제2의 로스트원의 호곡, 2의 웃세와는 등장할 것이다. 사회는 청소년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며 그들이 처한 환경과 편견의 현장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청소년들은 개인으로서 존재하나, 아직까지 독립적인 존재라고는 할 수 없다. 그들은 가정, 학교, 사회와 연결되며 성장한다.




아이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증명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삶에 적응하는 것만으로도 칭찬받고 응원받을 존재이다. 모든 것을 평가받는 시대에서, 불안하고 불행한 미래를 꿈꾸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이들은 결국 무기력해지고 반항적이 되며, 소위 말하는 2에 걸리게 된다. 사회는 소통이 필요하다. 집단에 대한 혐오를 멈추고 그들을 마주할 필요가 있다. 언젠가 로스트원의 호곡이, 웃세와가, 현대인의 공감을 받지 못하는 흘러가버린 노래가 되길 바라본다.





<자료출처>


1.「中二病」って病気なの? 治し方を精神科医に聞いてみた https://nlab.itmedia.co.jp/nl/articles/1704/28/news009.html

2. 한겨레, 중2병, 급식충, 초글링... '청소년 혐오' 커지는 한국 사회

​3. 일본 경찰청 자살통계원표데이터 https://www.npa.go.jp/publications/statistics/safetylife/jisatsu.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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